◀앵커▶
대규모 공사를 할 때 공사 예정지에 유물이나 유적이 없는지 미리 조사하도록 법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말썽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대구 달성군이 이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도로공사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근 주민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공사를 중단하고 뒤늦게 지표 조사에 나섰습니다.
보도에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나무 우거진 숲을 가로질러 기다랗게 산이 깎여나갔습니다.
흙이 쓸려나간 자리엔 회색 돌바닥이 드러났습니다.
달성군이, 죽곡산을 관통해서 강정보 일대 마을과 산 너머 죽곡2지구를 잇는 연결도로를 만드는 공사 현장입니다.
그런데 2023년 11월 착공한 공사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중단됐습니다.
공사 전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지 않은 사실이 주민 민원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종원 전 계명대 교수▶
"(추정컨대 죽곡산은 과거) 기우제를 지냈던 신성한 산이었습니다. 역사성이 아주 고귀한 내용이 있는데, 증거물도 있는데, 이것을 다 무시하고··· (달성군에) 지표 조사했느냐고 물어봤더니 지표조사 하지 않았다고···"
달성군이 도로를 내려는 죽곡산에는 삼국시대 죽곡리 산성과 고분군이 있고 토기 같은 유물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매장문화재법에 따라 유물이나 유적이 있는지 조사한 뒤 공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달성군은 도로 설계 단계에서 지표조사 대상으로 확인했는데,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빠트렸다며 현재 공사를 중단하고 지표조사 용역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행정상 착오라는 겁니다.
하지만 뒤늦게 하기로 한 지표조사도 결국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이미 현장이 워낙 많이 훼손됐기 때문입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도 산을 깎아 도로를 내는 걸 반기지 않았습니다.
죽곡산에 남아있는 문화 유적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도로 설계를 바꿔 달라고 군에 의견도 전할 거라 했습니다.
◀죽곡산 인근 아파트 주민▶
"굳이 산을 깎아서 (도로를) 만든다는 게 저희는 이해가 안 됩니다."
달성군은 강정보와 디아크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우회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화재청과 이견을 조율해서 필요한 조사를 한 뒤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