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은 대구문화방송 단독 보도입니다.
대구·경북지역 신용협동조합 전반에 직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대구의 한 신용협동조합이 다른 신협 전·현직 이사장들의 자녀들을 알음알음 채용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십여 년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까지 취재진이 확인한 사례만 7건, 이보다 더 많다는 의혹도 속속 제기됐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을 채용해준 신협 이사장, 자기의 아들도 다른 신협 여러 곳에 취업을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결국 신협 이사장들끼리 서로서로 자신들의 자녀 취업을 품앗이하듯 도왔던 겁니다.
양관희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 수성구에 있는 모 신용협동조합 본점에서 일하는 A 씨와 B 씨, 지점에서 일하는 C 씨와 D 씨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용됐을 당시 이 4명의 아버지가 각자 대구지역 다른 신협의 이사장이었습니다.
이 신협의 한 지점장 E 씨와 지점 직원 F 씨.
이 2명의 아버지는 이들이 채용됐을 당시 대구와 경북지역 다른 신협 전무였고 현재는 이사장입니다.
이 신협 또 다른 지점의 직원 G 씨.
역시 아버지는 G 씨가 채용됐을 당시 신협중앙회 감사팀장, 나중에는 경북의 한 신협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언급된 직원들이 채용되는 과정에 문제의 모 신협 현 이사장 김 모 씨가 모두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구 모 신용협동조합 전 임원▶
"능력 위주의 인재 채용이 아닌 000(모 신협 이사장)과 친분 없는 사람은 입사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문제의 신협에, 다른 신협 전·현직 이사장 자녀가 채용된 사례는 확인된 것만 7명.
모두 김 씨가 이 신협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거나 전무일 때 벌어진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김 씨 아들 채용 사례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 7명이 채용된 시기에 김 씨 아들은 대구지역 신협 3곳에 채용돼 옮겨 다니며 근무를 했습니다.
각기 다른 신협 이사장들이 품앗이하듯 자기 자녀들을 서로 다른 신협에 채용한 셈입니다.
각 신협은 독립된 법인으로 따로 채용하고 최종면접에는 이사장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는데 김 씨가 사실상 채용을 좌지우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대구 모 신협 전 임원▶
"이사장이 되기 전부터 전무로 있으면서 당시 이사장은 명목만 이사장이지 실제 모든 결정은 채용에서부터 신협 전반적인 모든 관리까지···."
아버지가 이사장인 직원들은 연봉계약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구 모 신용협동조합 직원▶
"(이사장 자녀)누구 들어오면 다 소문이 나죠."
채용 비리 등 의혹을 받는 이사장 김 씨는 결과만 놓고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본인 아들이 다른 신협에 3번 채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특혜가 아니라면서도, 사내연애 때문에 옮긴 거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구 모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왜 옮겼냐 하면은 그 신협에 가서 근무하면 되는데 사내에서 여직원하고 연애를 하게 됐어요."
문제의 신협은 자산 규모 2조 원대 전국 최대 조합으로, 직원은 106명입니다.
◀조광현 사무처장/대구경실련▶
"대게 이사장들이 장기 재임하고 그러면서 사유화되는 측면이 강하고 00신협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사례일 수 있다는···."
대구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신협중앙회와 금감원 등에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신협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어서 후폭풍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