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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홍 씨 만날 확률보다 성 소수자 만날 확률 더 높아"

제15회 대구 퀴어 문화축제 준비위원회는 6월 1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앙로 1번 출구에서 반월당역까지 이어지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대에서 축제를 열겠다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동성로 상인회 등이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퀴어 축제에 반대한다"며 축제가 열리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오가는 버스노선의 우회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 될 수 있는 만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1년에 한 번 열리는 집회로 상인들이 입을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표현의 자유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법원 판결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재차 입장을 밝혔는데요, "1%도 안 되는 성 소수자의 권익만 중요하고 99%로 성 다수자의 권익은 중요하지 않냐"면서 "도로 불법 점거는 교통 방해죄에 해당하는 만큼 도로점거 불법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SNS에 적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회 6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대구에서 홍 씨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보다 성 소수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무슨 이야기인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배진교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법원에서는 대구 퀴어 반대 대책본부, 그리고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 등 37명이 대구 퀴어 문화축제를 포함해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기각을 했는데요. 마땅한 결과이고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의 막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과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것이고 막무가내식으로 안 된다, 내가 반대하면 안 된다, 1%도 안 되는 성 소수자라며 나머지 국민들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1%도 대구 시민이고 0.001%도 대구 시민인데 이것이 대구시장이 할 소리입니까?

그리고 성 소수자가 1%라고 누가 그럽니까? 대한민국에서는 몇 명의 성 소수자가 살고 있는지 인구 통계조차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성인 중 성 소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5.6%고 OECD 조사에 따르면 14개 국가의 전체 성 소수자 비율은 3%에 달합니다. 대구 인구 250만 명 중의 12만 명이 성 소수자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성씨별 인구 분포를 보면 김 씨, 이 씨, 박 씨가 가장 많고 최 씨가 4.7%, 정 씨가 4.3%, 윤 씨가 2%, 홍 씨가 1%입니다. 그래서 1%인 홍 씨를 만날 확률보다 대구에 살고 있는 성 소수자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축제는 집회 신고를 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집회 신고를 하는 것은 반대단체들이 행사를 폭력적으로 방해해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저희가 집회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정당한 집회 신고를 거치고 행사를 치르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 도로 점령이 아닙니다.

여기에서 또 논란이 되었던 식품위생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축제 부스에서 제공되었던 빵과 커피는 후원에 대한 선물로, 판매라고 볼 수가 없고 설령 판매라고 볼 수 있다 해도 식품위생법상 판매업은 일정 이상 규모에서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슈퍼 같은 일시적인 가판대에서는 판매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음란하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음란도 퀴어 문화 축제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파워풀대구에서는 저희보다 더 선정적인 옷을 입고 삼바 춤을 추고 나체 바디 페인팅을 하면서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나체 상태에서 바디 페인팅까지 했는데 누구도 어떠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홍준표 시장님, 얼마 전 파워풀대구 축제에서도 도로를 막아서고 맥주, 칵테일, 막창, 콩국 부스 행사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하면 '차 없는 거리'가 되고 퀴어 문화축제가 하면 시민들 불편을 유발하는 것입니까?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 아닙니까?

그리고 홍준표 시장님, 제발 현실을 직시해 주십시오. 퀴어 문화축제는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어 현재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 시드니, 도쿄, 타이베이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도시에서 치러지고 있고 주요 도시에서는 이 페스티벌을 유치하기 위해서 시장이 직접 나서기도 하고 기업이 적극 홍보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기업이 뛰어들면서 퀴어 문화축제는 오히려 상업적이다, 그런 비판을 받고 있는 지경입니다.

한국에서 치러지는 퀴어 문화축제에서는 유럽연합, 그리고 미국, 영국, 많은 나라에서 축하를 하고 지지를 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6월 17일 대구에도 미국과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스위스, 독일, 이 나라에서 대구 퀴어 문화축제를 축하하고 지지하기 위해서 무대에 올라 축하 발언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인 축제인 퀴어 문화축제이고 보수 꼴통이라는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를 가지는 대구에서 대구가 가장 자랑스러워해야 할 축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대구 퀴어 반대 대책위에도 말씀드립니다. 축제집행위에 법을 지키라고 언론에 말씀하시는데 적반하장입니다. 집회 신고된 정당한 행사를 폭력적으로 막아서고 재작년에 교회 간부 3명이 실제로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까? 반대자들의 집회도 보장이 되어야 하는 거라 생각하고요, 마찬가지로 다른 집회자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들의 종교에 반한다고 해서 축제를 불법으로 낙인찍고 편견을 조장해서 혐오와 차별을 일으켜 사회의 갈등으로 만드는 것을 바로 멈춰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경고합니다. 혐오와 폭력 앞에 저희 대구 퀴어 문화 축제는 더 이상의 관용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자주 하는 말들을 들면서 제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감사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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