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예로부터 건물과 공간에는 이름을 붙여 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조선 시대 건물에도 나무에 이름을 새긴 '현판'을 붙였는데, 조선의 궁중과 민간에서 전시된 현판 114점이 대거 일반에 공개됩니다.
조선의 현판을 통해 사람, 공간, 자연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박재형 기자가 조선 현판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조선 후기 서예가인 '원교 이광사'가 쓴 연려실 현판.
'연려실'은 명아주 지팡이를 태워 어둠을 밝혀 역사를 연구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이광사가 아들의 학업 정진을 위해 썼습니다.
이런 격려에 힘입은 아들 이긍익은 조선의 역사를 집대성한 '연려실기술'을 저술했습니다.
'연려실 글씨첩'도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균공애민 절용축력'.
'세금을 공평하게 해 백성을 사랑하라, 씀씀이를 절약해 국력을 비축하라'라는 뜻으로 조선의 21대 왕 영조가 쓴 현판입니다.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임금의 마음이 묻어납니다.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용 글씨 '단연죽로시옥'.
단계 지방에서 나는 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 화로, 시를 지을 정도의 작은 집이라는 의미입니다.
안분지족, 자연과 함께 벗하는 조선 선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대영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어떤 사람한테 이것을 선물로 준 것인데,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자기 자신이 원했던 선비 이상향을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현판은 단순한 이름을 넘어 사람, 공간,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궁중과 민간의 현판 114점을 공개했습니다.
고종이 직접 쓴 경운궁 현판, 대한 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안문 현판, 영남 지방 주요 문중이 소장한 민간 현판 등 평소 접하기 힘든 현판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김규동 국립대구박물관장▶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고 현재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고, 현판에 담긴 의미를 새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는 미디어 아트와 신기술을 융합해 현판의 주제에 맞는 영상도 마련했습니다.
사람 간의 연대, 나눔과 조화를 통한 '사람다움의 발견'.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공간 속에서 우리가 현판을 되돌아보는 이유라고 박물관 측은 전했습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