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태풍 '힌남노'로 마을 90%가 피해를 입은 포항시 제내리는 아직도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마을은 포항제철소가 생길 당시 원주민들을 이주시킨 곳인데,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고 있어 집단 이주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마을 입구가 흙탕물에 완전히 잠겼습니다.
성인 허벅지 위까지 물이 차 걷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태풍 '힌남노'로 가장 먼저 침수가 시작된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의 당시 모습입니다.
안쪽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물이 빠지고 남은 흔적의 높이를 재보니 2m가 넘습니다.
◀장원재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
"갑자기 물이 차니까 사람이 피신할 길도 없고 무조건 문짝을 잡고 이렇게 올라서야 했지, 물이 올라오니까···"
수십 년 살아온 삶의 터전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집마다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가재도구들이 한 가득이고, 젖은 벽지와 장판은 모두 뜯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권정웅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
"하나도 못 건지니까··· 지원비가 얼마나 나올지는 몰라도 이건 입에 풀칠도 안 돼."
생계 수단도 박살이 났습니다.
영업용 화물차가 완전히 물에 잠겨 일을 할 수가 없게 됐고, 그릇만 간신히 건진 가게들은 언제쯤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태풍 피해 상인▶
"쓸 게 아무것도 없다고 보시면 돼요. 진짜 건물만 남았다고 보시면 돼요. 막막하죠."
태풍 힌남노로 1천 1백여 가구가 사는 제내리에서 950가구, 전체의 90%가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마을 바로 옆 칠성천이 범람하면서 물이 밀려들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는 앞으로 또 큰 태풍이 오면 이런 피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제 뒤로 보이는 곳이 칠성천의 제방입니다. 한눈에 봐도 이렇게 경사가 심할 정도로, 안쪽으로 보시면 마을이 저지대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운대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 이장▶
"(주민들은) 이주를 절실히 원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가 상습 침수 지역이거든요. 침수된 것만 해도 4~5번 정도 됩니다."
경주시 암곡동 덕동호 상류 대성마을은 1991년 태풍 글래디스 때, 침수 마을을 통째로 이주시켰습니다.
정부와 포항시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만큼 침수가 연례화된 제내리에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 뉴스 박성아입니다. (영상취재 양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