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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NEWS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마스크 시민지도'


오늘 11일부터 공적 마스크 현황에 대한 공공 데이터가 대중에 공개되면서, 공적 마스크의 판매처와 수량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웹·앱이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대만은 이미 2월부터 민관 합동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마스크 공급을 안정화하고 있습니다.

공적 마스크 개발 연합 단체에 따르면 개발된 관련 국내 웹사이트는 20개가량, 앱은 10개가량 됩니다.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공대응’ 핸드북)

모두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것인데요.

이렇게 시민들이 직접 정부의 공공데이터를 공유·가공하는 행위를 시빅해킹이라고 부릅니다. ‘공공, 시민’이라는 뜻의 시빅(Civic)과 ‘정보를 바르게 취득해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의미의 해킹(Hacking)이 합쳐진 말입니다.

시빅해킹은 공공기관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공신력을 보장할 수 있고, 일반 시민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유연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데이터는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데 비교적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공적 마스크 웹·앱의 데이터 또한 개발자들에 따르면 실제 현장 재고 데이터와 최소 5분, 최대 10분 지연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함께하는 커맵팀’의 ‘마스크 시민지도’는 이러한 공공 데이터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들이 직접 현장 상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내 주변의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그리고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고 주소와 전화번호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례, 고정핀의 색깔을 통해 해당 판매처의 마스크 재고 상황(재고 있음, 매진, 입고 예정)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판매처를 방문한 일반 시민과 약사, 판매처 직원이 실시간으로 해당 판매처 상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는 점이 ‘마스크 시민지도’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마스크 시민지도’ 웹·앱 내 ‘마스크판매처 현황 수정’, ‘마스크판매처 현장의 소리 입력’ 메뉴를 누르면 마스크 구매 가능 수량, 가격, 대기인원, 판매시간, 마스크 사이즈, 입고 예정 날짜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시민지도’ 아이디어는 의료보건 분야 빅데이터 전문가인 임완수 교수(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이사, 메헤리의과대학 부교수)가 진행하던 한 구글에듀 온라인 수업에서 시작됐습니다. 수업 실습주제였던 마스크 판매처 매핑을 실제로 진행해보자는 제안이 나왔고, 수강생이었던 교사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매핑센터, 외부 전문가, 평범한 직장인들이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임 교수는 “국민들이 지금 무력감에 빠졌을 거예요. ‘마스크를 사는 데 2, 3시간 기다려야 되나’하고.
‘마스크 시민지도’는 한 1분, 2분 정도 판매처 상황을 기록만 하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 자체로 정보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요.”라고 설명합니다.


본격적으로 지도 개발을 시작한 3월 1일부터, 임 교수를 포함한 이들은 ‘함께하는 커맵팀’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밤 10~12시 사이에 화상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팀원들은 낮에는 생업을 가고, 밤에는 잠을 아껴 지도 데이터 업데이트·사이트 수정·홍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커맵팀’은 시민들의 참여가 있을 때에 ‘마스크 시민지도’가 완성될 수 있다고 전합니다.


‘함께하는 커맵팀’ 참여자 장원선씨(목포 정명여중 교사) “특히 약사님들이 약 처방도 하셔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 사러오는 분들이 몰려 힘들다는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저희 마스크 시민지도를 통해 시민들도 긴 줄을 서지 않고, 약사님도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빨리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

안재정씨(부천 송내고 교사) “최근 느끼는 건 다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데이터를 만들려고 많은 인력을 쓰는 것 같아요. 공공기관도 그렇고, 정부기관도 그렇고. 책임을 지기 위한 데이터를 좀 더 많이 만드는 사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시민지도’는 누구나 편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는데요. ‘함께하는 커맵팀’ 권용화씨(프리랜서SW강사)는 “공적 데이터도 오류가 분명히 발생합니다. (공공기관에서는) 공적 마스크 데이터가 5분 주기로 계속 업데이트가 될 거라고 하는데 그 데이터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이터를 포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더 정확한 데이터를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황성원씨(영상 미디어 강사)는 “저희 회사가 이전하면서 2월 23일 전부터 파티션을 주문했는데 인천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택배가 막혀 아직도 안 오고 있어요.

(대구에서 생활하며) 점점 들어오는 압박과 혐오, 기피, 이런 것들을 세상 살면서 처음 겪은 거예요, 대구 사람들이.

‘아, 가만히 있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함께하는 커맵팀’에 합류하게 됐고, 저는 이거다 싶어서 줄을 잡았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분노를 넘어서 무언가 하고 있는 지금이 굉장히 위로가 됩니다.

또 제 주변에도 쪽방이라든지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에게 음식을 드리는 분들이 계시는데 작은 활동이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하는 그 과정들이 되게 위로가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인 거리 때문에 안 만나고 못 만나는 생활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느낌이 (현 상황을 이겨내는 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빅해킹의 힘은 큰 위기 상황일수록 더 빛납니다. 2015년 메르스(MERS) 유행 당시에도 정부가 병원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에서 한 시민이 제작한 ‘메르스맵’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 개발된 마스크앱들 또한 공공데이터의 중요성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가 우리가 실제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커맵팀의 <마스크 시민지도> 링크 (옆의 글자를 눌러보세요.)

*‘마스크 시민지도’ 등 마스크앱을 이용하실 때에는 업데이트 날짜와 시간을 필수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정부의 공적 마스크 데이터가 3월 14일까지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베타 서비스로 운영되므로 실제 현장 재고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성진 기자, 김서현 팩트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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