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로 반출된 뒤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문화재들이 상당히 많죠,
그런데 지역의 한 대학 박물관장이 일본 옥션을 통해 구입한 신라시대 토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고대 압독국 유물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 학설과 달리 도굴됐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철우 기잡니다.
◀기자▶
일본에서 도착한 소포의 포장을 조심스레 뜯습니다.
오동나무 상자 안에 있던 토기는 5세기 말에서 6세기 사이 경산지역에서 만들어진 토기의 독특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김대욱 영남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보통 신라 토기들은 짧게 올라간다면 경산 토기는 곧게 길게 올라갑니다. 이것이 아주 특징적입니다. (토기 목부분의) 구획을 3단, 4단씩 구획해서 파상문을 넣은 아주 전형적인 형태고요."
오동나무 상자의 덮개에는 묵으로 쓰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신라 삼국시대, 천삼백 년 전, 신라 토기를 의미하는 신라소, 쇼와 10년, 그러니까 1935년 더운 여름날 조선의 대구에서 '백옹'이라는 일본인이 감정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정인성 영남대 박물관 관장▶
"1930년대에 대구에서 (토기를) 소장했다가 일본으로 반출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백옹이라고 썼다, 이런 요소들이 (대구) 지역에서 오구라 타케노스께에 버금갈 만큼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던 '시라가 쥬키치'"
이 토기는 '시라가 쥬키치'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일제강점기 지금의 경북여고 교장으로 재직했던 사람입니다.
'시라가 쥬키치'는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신라와 고려, 조선의 문화재를 끌어모았는데, 한때 "오구라와 이치다"에 못지않은 대규모 컬렉션을 소유하기도 했습니다.
경산의 고대국가인 압독국과 관련된 임당동 유적은 1918년 도쿄대 교수인 하라다가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 뒤 해방되기 전까지 발굴이나 도굴은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입니다.
하지만, 이 토기기 발견됨으로써 도굴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인성 관장 영남대 박물관▶
"1930년대 이처럼 완전한 토기가 출토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여러 개의 (압독국) 고분을 당시에 도굴하지 않는 이상 이런 토기를 손에 넣기는 힘들죠."
영남대 박물관은 '시라가 컬렉션'에 대한 연구와 함께 압독국 유물의 도굴 가능성에 대한 조사도 벌여 묻혀있던 대구와 경산의 근대사를 다시 쓸 계획입니다.
MBC NEWS 김철웁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