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경북 영주에 쏟아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 중에는, 주택가 바로 뒷산에서 발생해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곳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주시의 산사태 취약지역 목록에선 빠져 있었다고 하는데요, 김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주시 상망동 한 주택입니다.
지난주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뒷산 급경사면을 따라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빗줄기가 거세질 즈음 미리 이웃집으로 몸을 피했던 집주인은, 다음 날 산사태 흔적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김순희▶
"겁이 나서 이웃집에 와서 잤어요. 자고 아침에 와서 돌아보니까 저기가 막 저렇게 무너졌더라고. 무너져서 집에 있지도 못하고 곳곳이 물이 마구 흘러서 골이 져서 다 터질 것 같아요."
이 집 뒷산은 산림청이 분류한 산사태 발생 위험도 5등급 중 가장 위험한 1등급지에 포함돼 있습니다.
"이 집 뒤 제 양팔 길이 거리밖에 안 되는 곳에 산사태 위험도 1등급에 해당하는 산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복구작업을 해놨지만 비가 많이 오면 언제 다시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집은 영주시가 관리하는 157곳의 산사태 취약지 목록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최근 산림청의 산사태 기초조사와 영주시 실태조사에서도 역시 해당 지역은 제외돼 있었습니다.
◀장미순 산림청 사무관▶
"취약지역으로 지정이 됐다가 사방사업이나 재해시설 이런 것들을 실시를 해서 해제가 된 경우가 있을 수 있고요. 소유자나 지역 주민의 반대가 있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주택 여러 채를 덮친 영주 영광여중 인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트막한 뒷산 정상 부근이 산사태 위험 1, 2등급지로 지정돼 있는데도 역시 산사태 취약지에는 빠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난 문자 외의 별도 사전대피 안내는 없었고, 산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주민 대피가 이뤄졌습니다.
◀정규원 산림기술사▶
"사면 쪽에 큰 산벚나무가 하중에 의해서 지반이 약해지니까 붕괴가 일어났고요. 2차 붕괴가 우려됩니다, 이 지역은. (산) 위쪽이 평탄지, 옛날 농경지였는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식생으로 봤을 때는 습지인 것 같아요."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도 1등급지 등 인명, 재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을 선정하면 지자체가 현장 조사를 통해 당장 관리가 시급한 취약 지역을 선별하는 구조인데, 사실상 사각지대가 확인된 셈입니다.
집중호우와 산사태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산사태 위험지역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전수조사와 사전 대피 매뉴얼 보강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