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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눈이 내렸나?" 새똥으로 뒤덮인 대구 수성못 둥지섬···은색 연·독수리 모형까지 등장


민물가마우지 떼 습격한 대구 수성못 둥지섬···봄이 와도 떠나지 않고 수백 마리 번식
대구 수성못에는, 철새들이 잠시 쉬어간다고 해서 '둥지섬'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인공섬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버드나무와 사철나무가 우거져 푸른 숲을 이뤘는데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둥지섬은 사시사철 폭설이 내린 듯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겨울 철새, 민물가마우지 떼 때문입니다.

둥지섬이 푸른색을 잃은 건 2020년 정도부터입니다.

수백 물새들이 싼 배설물로 둥지섬이 눈이 내린 듯 하얗게 변했습니다.

가을이 끝날 무렵 둥지섬을 찾은 철새 민물가마우지가 겨울을 나고 봄이 왔는데도 둥지섬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리 지어 섬에 둥지를 틀고 빠르게 번식했습니다.

낮에는 수성못과 인근 신천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밤이 되면 둥지섬으로 돌아와 잠을 잤습니다.

2~3월 번식기를 앞두고는 개체 수가 500마리까지 확인됐는데, 둥지섬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텃새가 된 겁니다.

김정탁 대구 수성구청 공원관리팀장 "2020년 추석쯤부터 민물가마우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는데요. 근처 신천에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곳이 있고,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섬이 있어 둥지섬에 안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400~500마리 정도가 새까맣게 둥지섬 자체를 완전히 덮을 정도로 민물가마우지가 점령해서··· 왜가리나 청둥오리··· 둥지섬에 살던 새들이 모두 둥지섬에서 쫓겨난 상태입니다."

(왼) 사진 제공 수성구청
(왼) 사진 제공 수성구청
배설물로 뒤덮여 하얗게 죽어가는 둥지섬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가 77~100cm 정도 되는 중대형 물새류입니다.

하루 평균 7kg 정도를 먹어 치우는 조류 중에선 최상위 포식자로 분류됩니다.

몸집 크고 많이 먹는 민물가마우지 수백 마리가 머물다 보니 둥지섬은 민물가마우지 떼가 배출하는 배설물로 순식간에 뒤덮였습니다.

나무도 풀도 하얗게 말라 죽어 갔습니다.

강한 산성을 띤 배설물이 쌓이고 싸여 땅도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 됐습니다.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서 수중 생태계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김정탁 대구 수성구청 공원관리팀장 "잠시 민물가마우지가 떠났다가도 산란에 성공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습성 때문에 2024년 초, 1월에도 민물가마우지 500마리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더이상은 섬의 생태계 파괴를 손 놓고 볼 수 없어서···"


은색 연에 독수리 모형, 초음파 퇴치기까지 설치
둥지섬 사이사이 바람에 소리를 내며 반짝이는 은색 연을 달았습니다.

새들의 천적, 독수리 모형도 걸었습니다.

초음파 퇴치기와 조류 기피제도 설치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를 쫓기 위한 겁니다.


헬기를 동원해 물을 뿌리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고압 살수장치를 들고 와 나무와 땅에 쌓인 배설물을 씻어냈습니다.

죽어가는 섬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60개가 넘는 민물가마우지 둥지를 치우고 고사한 나무와 풀들을 잘라냈습니다.

봄이 오면 땅이 얼마나 산성화됐는지 측정하고 오염된 흙을 갈고 꽃과 나무도 심을 계획입니다.

수성구는 둥지섬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5년 단위 장기 계획도 세웠습니다.

둥지섬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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