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산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에게 턱뼈가 으스러지고 기절할 만큼 폭행을 당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 학생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발생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다음 주 개학하면 가해 학생을 다시 같은 학교에서 봐야합니다.
교육청이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이유가 또 황당합니다. 비평준화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어찌된 일인지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남학생이 응급실에 누워있습니다.
옷에도 핏자국이 흥건합니다.
2021년 11월 21일 밤에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A 군은 동급생 B 군의 계속된 욕설과 협박 문자에 불려 나간 자리에서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마구 맞았습니다.
발로 얼굴을 가격 당하고 기절한 A 군을 B 군은 계속 때리다 버려두고 갔습니다.
A 군은 턱뼈가 다 부러져 응급 수술을 받고 한 달 가까이 입원했습니다.
전치 8주의 중상이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바로 기절했는데도 거기서 안 멈추고 라이터 쥔 손으로 계속 때렸죠. (의사 말이) 턱뼈가 부러지면서 잇몸을 뚫고 나왔대요."
한 여학생과 연락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B 군은 다른 친구를 시켜 폭행 영상을 촬영하고 SNS에 퍼뜨리기도 했습니다.
학교폭력 심의위원회는 피해 정도가 심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폭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B 군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 다시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됐습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전학 조치된 가해 학생이 상급 학교로 진학할 때도 피해 학생과는 다른 학교에 배정해 분리하도록 정해 놨지만. 경북교육청은 경산시를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
"비평준화 지역은 (교육청이 학생을) 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해 학생과 분리) 배정을 할 권한이 저희에게 없습니다."
성적 등에 따라 각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하는 비평준화 지역이라서 예외로 본다는 겁니다.
피해 학생의 가족들은 학교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평준화, 비평준화 구분이 왜 있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졸업식까지 끝난 뒤라) 강제 전학을 이행시켰다는 게 서류상이거든요. 정상적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일단 피해 학생은 보호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 교육기관에서 (바로) 같은 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니 납득이 안되죠. 이해가 안 가고···."
경산교육지원청은 가해 학생에게 전학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 군은 불안과 수면 장애로 얼마 전부터 심리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B 군은 폭행과 상해 혐의로 소년보호 재판부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