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마다 법에서 정한 필수 자문기구인 '학교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군별 운영위원회 대표자들이 모인 단체가 '학교운영위원장 연합회'인데요,
얼마 전 경북교육청이 이 단체를 대상으로 제주도 연수를 보내줬습니다.
취재진이 연수 일정을 살펴봤더니, 요트 투어에다 카페 투어, 족욕체험에 이르기까지, 연수라고 보기 어려운 관광 일정만 가득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 명을 넘어,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서현 기자▶
지난 2일과 3일 1박 2일간의 제주도 연수 일정표입니다. 1일차 오전부터 해안도로 산책, 카페 투어가 잡혀있습니다.
점심식사 후, 1시간가량 요트를 탄 뒤 족욕체험. 2일차에는 실내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를 가고, 수목원을 산책하는 게 주요 일정입니다.]
경북교육청은 이 일정표가 연합회 회원들과 연수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료일뿐, 교육 관련 기관 방문도 처음부터 계획돼 있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믿기 어렵습니다. 교육 목적이 아닌 관광 일색이라는 일부 회원의 문제 제기 이후에야 교육 기관 방문 일정이 추가됐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인터뷰▶학교운영위원장 연합회 회원
"'연수를 가는 건데 그래도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한 회원이 말해서) 그래서 추가해서 수정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북교육청이 말하는 공식 연수 일정표. 첫날 해안도로 산책 일정이 제주교육박물관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전체 일정에서 교육 관련 기관 방문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연수 이틀째, 농수산 직매장 대신 제주국제학교 방문으로 일정을 바꿨지만, 해당 학교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관광지를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터뷰▶김인찬 학교지원담당 / 경북교육청
"작년도 못갔는데, 올해도 취소할까 싶었는데 위드코로나 되면서 회원님들의 요청도 있었고 11월달 이후에 추진하게 된 과정에서 저희가 가는 시기가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시기와
맞물려서..." 이번 연수에 참가한 인원은 경북 23개 시군 학교운영위원장 23명 중 13명, 여기에 경북교육청 공무원 3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입니다.
당초 예산은 천 670만 원 정도 예상됐지만, 빠지는 인원이 많아 실제로는 천만 원가량 사용됐습니다.
[S/U] "경북교육청은 매년 한 번 있는 학교운영위원장 연합회 연수에 자부담도 없이 3천만 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연수를 갔던 지난 2일과 3일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 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때였습니다.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이 발표되고, 민간 기업에서도 연수와 출장을 취소하는 마당에, 경북교육청의 이런 놀자판 연수에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