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정치인 현수막으로 도배되는 거리
해마다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이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우후죽순으로 내걸립니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2023년 추석엔 출마를 저울질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온 동네가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과거에는 거리에 거는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의 적용을 받아 반드시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내용의 제약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6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은 적용 예외 대상이 됐습니다.
개정된 법은 2022년 말부터 시행됐고, 거리에는 정당 현수막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3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법 개정 전 3개월 동안 집계된 전국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6,415건이었는데, 개정법 시행 후 3개월 동안 1만 4,197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대구시, 모든 정당에 '현수막 자제' 공문 보내
거리마다 현수막이 난립하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피로감을 줍니다.
2023년 9월 말 대구시는 현수막 게시를 자제해달라며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대구 시내 모든 정당에 보냈습니다.
현수막은 지정 게시대에 걸고,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4개 이하만 허용하며, 혐오·비방을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4개월 전부터 시행된 인천시 조례에 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구시가 제시한 3가지 내용이 인천시 조례에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또 대구시는 17개 시도 지사가 인천 조례를 참고하기로 결의했다는 공동결의문까지 첨부했습니다.
대구에는 현수막 관련 조례가 없기 때문에 대구시는 인천 조례를 참고해 정비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엉터리 공문서'라는 비판 일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10월 5일 논평을 내고 "법적 근거도 효력도 없는 괴문서"라고 비판했습니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행정안전부와 여러 정당이 협의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거기에 따라서 지자체는 운영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문서는) 홍준표 시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현수막을 제재하고 철거하겠다는 내용이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10월 6일 논평을 내고 "법과 조례에 근거해 행정 해야 하는 지자체의 기본을 망각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함께 논의하고 대구시에 맞는 근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구 시민들에게 실망만 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시 조례를 거론하거나 시도지사 공동결의문 같은 것을 들이대는 것은 행정의 기본을 망막한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두 정당 모두 현수막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대구시 행정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법적 근거도 없는 주먹구구식의 대구시 행정은 현수막 논란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