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사태 피난 대책, 후속 보도 이어갑니다.
이번 호우처럼 짧은 시간 안에 수백mm의 폭우가 쏟아지면 산림이 많은 경북 북부 지역은 산사태 안전지대가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산사태 취약지역이 아니더라도, 산에 인접해 사는 주민은 대피장소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경상북도는 마을별 산사태 대피 장소 지정을 서두르기로 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명 피해가 발생한 문경 동로, 영주 풍기, 예천 감천 등 10개의 마을이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국지성 폭우 때문입니다.
비구름이 소백산맥에 갇혀 사흘간 좁은 지역에 300mm가 넘는 물 폭탄을 쏟아낸 겁니다.
문경 동로는 무려 483mm가 내려, 2022년 같은 기간 강수량의 7배나 됐습니다.
이런 비가 또 내린다면, 경북 북부 지역에서 안전한 산간 마을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경북 북부 산지들은 약 2억 년 전부터 형성됐는데, 퇴적과 풍화가 반복된 특성 때문에 단단한 암석보다는 흙과 돌이 섞인 붕적층이 10미터 이상 쌓여 있습니다.
이 붕적층이 흡수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비가 오면, 어디서든 붕괴할 수 있는 겁니다.
◀정교철 국립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
"저경사인 나지막한 산, 특히 예천에 많이 분포하는데, 그러니까 오래된 산이죠. 결과적으로는 위에서 풍화돼 밑으로 다 흘러 내려와 있는 붕적층에 많은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그것들이 다 휩쓸려 (산사태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산사태 취약지역 분석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벌목과 임도 등 인위적인 개발 행위가 진행된 곳은 물론이고, 계곡부에 위치한 마을은 모두 산사태에 취약하다고 보고 대피장소를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교철 국립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
"안전지대는 계류와 수직 방향 옆으로 가서 높은 지대로 하면 되는데… (계류 찾는 건) 옛날의 하천이 이렇게 있었습니다. 이게 넘치니까 이까지 (산사태가) 침범한 거죠."
특히, 마을의 지리적, 지형적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입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주민이 제일 잘 알아요. 어느 집이 벌목을 많이 하고 어디서 공사하고, 다 볼 수가 있잖아요. 현황 파악도 하고 응급 대처를 할 수가 있어요, 긴급하게."
경상북도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가을 전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8월 내에 산촌 마을들의 산사태 대피 장소 지정을 마칠 계획입니다.
◀김민석 경상북도 정책실장(산사태 대응 TF)▶
"'산간 지역의 모든 마을이 산사태 위험 지역이다' 이렇게 간주할 생각입니다. 위험한 지역을 지정해 관리하는 게 아니고 전체가 다 위험하고 위험에 대비된 지역만 '이곳은 대비가 됐다' 이렇게 표시하는 게 더 관리상에서 맞는다고 봅니다."
이번 호우로 산사태는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마을 단위의 정교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