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농촌이 고령화, 영세화하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최근 농자재 가격까지 널뛰면서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말, 이젠 푸념으로만 들리질 않습니다.
경상북도는 농업 대전환을 통해 농촌 경제의 토대를 근본부터 바꾸겠다고 하데요, 그 일환으로 문경에선 농가가 주주로 참여하는 공동 영농이 시작됐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2년 경상북도 디지털 혁신농업타운 사업지로 선정된 문경시 영순면 들녘입니다.
규모는 110헥타르, 2022년까지 쌀로 일모작만 하던 곳이 2023년 여름부터는 콩을 추가해 이모작 밭으로 바뀌었습니다.
농가 80곳이 공동영농법인을 꾸리고 수확과 유통 등 모든 농사일을 함께하고 있는데 일단 생산비용과 노동력 감소 효과는 어느 정도 기대됩니다.
◀홍의식 문경 늘봄영농조합 대표▶
"경영비 부분에 대해서도 한 반 정도, 50% 정도 절감된다고 생각하며, 수지 면에서 일반 논농사에 비하면 2배, 나아가서는 정착하면 3, 4배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농가들은 농사일도 하지만, 이 법인의 어엿한 주주이기도 합니다.
참여 농가들은 평당 3천 원을 확정 배당하고, 법인 매출이 늘면 그만큼 추가 배당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농사일에 참여하면 하루 9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의 인건비가 지급됩니다.
경상북도와 문경시가 농기계와 각종 시설비를 지원해 규모화·자동화를 뒷받침하고, 대기업과의 협력으로 판로를 마련합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대한민국 농사는 지금 고령화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발전되기 어렵고, 이것을 규모화하고 과학화하고 기계화하는 이런 작업을 통해서 농업 대전환을 이루고자 합니다."
공동영농법인은 2023년 하반기 농업교육시설을 착공해 청년 농업인구 유입도 노리고 있습니다.
◀신현국 문경시장▶
"도와 함께 해서 청년들이 농촌에 와서 희망을 갖고 새로운 농업으로 대전환을 하는…"
농사짓는 방식부터 철학까지 제각각인 베테랑 농부들이 공동영농을 처음부터 반긴 건 아닙니다.
하지만 노령화된 농촌에서 나 홀로 짓는 농사로는 더 이상 낮은 수익률을 벗어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공동영농에 대한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권준(77) 영순면 의곡2리▶
"쌀농사 하면 남는 게 없어요. 남는 게 없는데 농촌에서 이렇게 먹고 사는 게 이상하다 할 정도다. 이렇게 가야 해요. 자연적인 현상이라. 농촌에 80대, 90대 이렇게만 남아있는데 몸도 가누기가 어려워."
문경에서 대규모로 시도되는 공동영농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경북 농업의 대전환을 정말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