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들어보니[집중보도] 대구은행에 무슨 일이?

[들어보니] 대구은행에 무슨 일이?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에 대한 재판이 2월 11일 열릴 예정입니다.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로비하기 위해 41억 원을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대구·경북 지역 최대 금융기관인 대구은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태연 기자에게 들어봤습니다.

부동산 사기 피해 사건인가, 국제 뇌물 사건인가

 이 사건은 처음에는 대구은행이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캄보디아에 파견된 대구은행 직원들이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지 중개인에게 135억 원을 지급했지만 부동산도,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결국 대구은행은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2021년 3월, 이 현지 직원들을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아홉 달 뒤 반전이 나옵니다. 검찰이 “대구은행이 돈을 떼인 배임 사건이 아니라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려 한 사건“이라고 발표한 겁니다.

한태연 기자 “검찰에서 현지 담당자를 수사한 결과 단순히 그 직원 하나의 사건으로 봐서는 안 되고 전체적으로 들여봐야 한다고 판단을 해서 대구은행을 압수 수색을 하게 됐죠. 이후 관련자들을 조사했고, 결국 김태오 회장을 비롯한 네 명을 국제상거래상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대구은행 현지 법인에서는 여신 업무, 즉 돈을 빌려주는 것만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수신, 즉 저축이나 적금, 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외환, 카드, 전자 금융 업무까지 할 수 있는 ‘상업은행‘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로비한 사건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게 주기 위해 현지 대구은행이 부동산을 사면서 돈을 부풀리는 수법을 썼는데, 캄보디아 중개인에게 준 돈은 3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1억 원에 달합니다. 만약 국제 로비를 했다면 이 결정을 일선 담당자들이 했을 리는 없겠죠? 검찰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임직원 4명을 불구속기소 했고, 그 첫 재판이 2월 11일에 열리게 되는 겁니다.

DGB금융그룹은 왜 현지 직원들을 고소했을까?

 이 부분이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조용히 넘어갔다면 ‘국제 뇌물 사건’ 역시 드러나지 않았을 텐데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결국 수사 과정에서 뇌물 사건이 드러난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대구은행은 왜 직원들을 고소했을까요? 대구은행의 돈이 ‘펑크’가 났다는 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고, 이를 현지 직원의 잘못인 것처럼 은폐하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한태연 기자 “대구은행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모든 과정에는 근거 서류가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진 것이 장부에 드러났다, 언젠가는 이게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 현재 책임자가 과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덮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판단을 했겠죠.”

금액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 대구은행이 부동산 사기 피해를 봤다고 밝힌 금액은 135억 원이고, 검찰이 밝힌 대구은행 뇌물 금액은 41억 원입니다. 94억 원이 차이가 나는 거죠. 검찰의 발표, 그리고 대구은행의 고소 내용만으로 추측해 보자면, 대구은행은 94억 원짜리 캄보디아 부동산을 사기 위해 현지 중개인에게 135억 원을 준 뒤, 이 현지 중개인을 통해 남는 돈 41억 원을 캄보디아 현지 공무원에게 전달하려고 했는데, 현지 중개인이 모든 돈, 즉 135억 원을 그냥 떼먹었거나 41억 원은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뇌물로 전달하고 나머지 94억 원은 떼먹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대구은행 뇌물 사건에 왜 DGB금융그룹 회장이 기소됐나?




대구은행은 1967년 10월 7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전국 최초의 지방은행이었죠. 박정희 대통령의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설립된 겁니다. 대구은행의 첫 예금 고객도 박정희 대통령이었습니다. 이후 금융위기에도 별문제 없이 성장을 거듭해온 대구은행은 2011년 5월 지방은행 중 두 번째로 금융지주회사인 DGB금융그룹을 설립하고 대구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이후 데이터시스템, 생명, 자산운용, 캐피탈 등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가다가 2016년에는 캄보디아 여신전문 특수은행을 인수해 캄보디아 DGB 특수은행을 출범합니다. 이 특수은행을 일반 상업은행으로 바꾸려다가 이번 사건이 터진 겁니다.

대구은행의 주식 100%는 DGB금융그룹이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DGB금융지주의 단순한 자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구은행이 다른 여러 자회사를 만들고 관리하기 위해 거꾸로 DGB금융그룹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실제 지금까지 DGB금융그룹의 회장은 하춘수, 박인규, 그리고 현재 김태오 씨인데, 이들은 모두 대구은행장을 겸임했습니다. 2020년 10월 임성훈 씨가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는데, 이때 DGB금융지주가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됐습니다. 하지만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의사 결정 과정이 완전히 분리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은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 행장을 겸하던 시기에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태오 회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김태오 회장이 행장까지 겸직하며 전권을 쥔 시기에 국제적 뇌물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특히 본인이 알고 허용한 일을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며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등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점은 과거보다 더 낡고 부패한 행위입니다”

대구은행의 과거란?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말한 대구은행의 과거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DGB금융지주의 두 번째 회장이자 대구은행의 11번째 행장인 박인규 씨는 점수 조작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대구은행 신입사원 24명을 채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른바 VIP 고객의 자녀를 특혜 채용했던 겁니다. 이 밖에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대구 수성구청의 펀드 손실을 보전해 준 혐의 등이 검찰에 적발돼 전직 은행장 3명을 포함해 23명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비리 사슬을 끊기 위해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선임됐지만, 이번에 이 사건이 터진 겁니다.

한태연 기자 “당시 채용 비리에다 비자금 조성까지 터져나오자 박인규 회장은 자기가 스스로 물러나겠다며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검찰 수사를 받게 되고 구속도 되고 이러면서 혐의가 드러났죠. 이후 김태오 회장이 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윤리를 강화하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했는데 이번에 또 일이 터졌으니···.”




DGB금융그룹의 반응은?

한 마디로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김태오 회장이 기소된 시점은 2021년 12월 6일인데요, 김 회장은 금융과 부동산 전문인 부장 검사 출신 변호사를 비롯해 대구지방법원 지원장 출신인 변호사 등 무려 변호사 8명을 선입했습니다. 그리고 기소된 지 3주 뒤 DGB금융그룹은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도 개편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이는 거죠.

한태연 기자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검찰의 주장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다고 보는 거 같아요. 캄보디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과연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렇게 했을까, 이런 생각에 재판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 있는 거 같습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이 같은 인사권 행사를 하는 이유로 ‘측근 인사‘와 ‘보은 인사’를 통해 사법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CEO 리스크‘와 이로 인한 ‘경영 리스크‘가 발생한 만큼 김태오 회장에 대해 “‘용퇴’를 포함해 직접 입장 표명을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조금 더 강경합니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이미 DGB금융지주의 윤리 헌장과 윤리강령을 위반한 만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DGB 이사회가 김 회장을 징계하지 않는 데다 비상식적인 인사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면서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은행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고 이미지 추락을 막고 내부를 추스른다는 측면에서 김태오 회장을 해임하고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의 집행부가 일할 수 없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영균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