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아기 응급실 뺑뺑이
지난 주말, 그러니까 9월 2일 토요일, 구미에 사는 김 모씨는 19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밤사이 아기가 피가 섞인 혈변을 보고 복통 때문에 자지러지게 울다 그치기를 반복한 겁니다.
구미시로부터 해마다 예산 지원을 받아 365일 소아 진료를 하는 이 병원에는 소아과 전문의사만 6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서는 장중첩으로 의심되며 장중첩일 경우, 병원에서 해 줄 것이 없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손쓸 방법이 없다는 말에 곧장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에서도 이어진 응급실 뺑뺑이
대구에서 처음 찾은 병원은 대구 유일의 소아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지만 이 병원에서는 초음파 등 영상 촬영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119구급차를 타고 진료가 가능하다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는데, 처치가 가능하다고 해서 갔더니 초음파는 안되고 찍을 거면 CT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처치도 가능하다고는 했는데 김씨 부부는 초음파 찍는 게 낫지 않겠냐, CT를 찍을 수 있겠냐는 식으로 회피하는 뉘앙스를 느꼈다고 합니다.
아기는 울고 상황은 급박했지만 다시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아 전문 병원은 예약이 가득 잡혀 있어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상황이 급하다고 하니까 오후 3시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병원도 여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간신히 한 대학병원이 연결돼 갔지만 응급실에서 '누가 받으라고 했냐'는 병원 직원의 말에 '아침부터 병원 찾아 헤맸다.
어디 더 갈 데도 없으니 받아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바뀌지 않은 병원 응급 체계
다행히 아기는 4일 아침 퇴원을 했지만 이 사건은 우리의 응급실 체계 이대로 괜찮은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먼저 119 즉 소방에서 지정하는 병원으로 응급환자를 보내면 받아준다는 대책, 이 대책이 왜 안 통하냐는 김씨 부부의 말에 119 측은 병원 측에서 소아과는 되고 소아외과 안된다는 식으로 메시지가 있다, 그 메시지를 토대로 안내해 드리는 것이어서 큰 병원들은 따로 전화번호 공개하지 않고 있어 병원에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2010년에도 대구에서 장중첩증으로 4살 아이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대구MBC 보도를 보고 직접 연락해 온 부산대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119 구급대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데, 따라서 환자에게 어떤 조치가 가장 필요한지를 모르는데 병원을 정해서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응급실 뺑뺑이가 제대로 나아지지 않는 것은 병원의 체제가 응급 환자를 돌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들의 인력이나 장비, 시설 운영 기준이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응급체계와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확충 없이는 '응급실 뺑뺑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