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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불에 탄 공장 안에서 지내는 노동자 11명···"고용 승계될 때까지 버티겠다"

경북 구미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라는 공장이 있습니다.

2022년 큰불이 났고 회사는 공장을 청산키로 했는데,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불에 탄 공장 안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십수 년간 밤낮으로 고군분투했던 일터인데, 한순간에 받은 해고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먹튀 비판' 외투기업(외국인 투자 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입니다.

2003년 구미 4공단에 입주해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4만 2천여㎡ 땅을 50년간 무상으로 쓰고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며 LCD 편광 필름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해 왔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초기 220억 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7조 원 넘는 매출을 올렸고, 그중 80% 넘는 돈이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큰불 나자 한 달 만에 청산 결정한 회사···고공농성 노동자 "다른 평택 자회사 고용 승계 요구"
그런데 2021년 10월, 큰불이 나자 회사는 한 달 만에 청산을 결정해 버렸습니다.

'먹튀'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0명 넘는 노동자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대부분 희망퇴직을 받아들였지만 11명이 남아 물마저 끊긴 공장 안 노조 사무실에 농성장을 차리고 1년 넘게 싸우고 있고, 이 중 2명은 2024년 1월 8일부터 불탄 공장 건물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입니다.

이들은 닛토덴코의 다른 평택 자회사로 고용 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저희가 갈 수 있는 공장이 있는 데도 자본은 돈만 벌고 저희를 내팽개치고 간다는 게 너무 화가 나고··· 외국인 투자기업이 (지역에) 들어올 때는 많은 혜택을 받고 들어오지만 나갈 때는 노동자를 이렇게 함부로 버리고 가는데, 나라에서는 아무 제재도 없고 노동자를 지키는 법은 없고 기업 지키는 법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안타깝고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회사가 불이 나서 망한 거잖아요···법적·도의적 책임 다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LCD 시장 침체로 구조조정까지 하며 버티고 있던 상황에서 수백억 원 손실을 떠안으며 화재로 불탄 생산설비를 복구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희망퇴직을 받으며 직원들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휴업급여에 더해 퇴직위로금으로 17개월 임금을 지급하며 도의적 책임도 다했다고 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낸 만큼 고용 승계에 대한 법적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관계자 "회사가 불이 나서 망한 거잖아요. 다른 법인(평택공장)에서 고용승계를 못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줘야 합니까? 이미 지노위, 중노위에서 다 판결 났잖아요. 정당한 청산이다, 그리고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고 이미 결정 났고. 조합이 이렇게 막고 있는 거에 대해서는 불법이라고 법원에서 판결이 다 났지 않습니까."

회사는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철거공사 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노조가 사측의 공장 출입을 방해하거나 철거공사를 방해하면 안 된다며 점거하고 있는 노조 사무실과 공장 지붕 등을 회사에 인도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법원 인도 집행에 천 명 가까운 노동자 모여 대치···"단순히 불이 났다는 이유로 이렇게 쫓겨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법원이 노조 건물 인도 집행을 하기로 한 지난 2월 16일 오전 10시.

전국에서 천 명 가까운 노동자가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공장 앞에 모여 겹겹이 띠를 이루고 입구를 막아섰습니다.

3m 망루가 설치됐고 이 공장에서 해고된 5명이 몸에 쇠사슬을 감고 앉았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아침부터 경찰 300여 명이 투입돼 노동자들과 대치했습니다.

노조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이의제기했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강제 집행을 미뤄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결국 현장을 찾은 법원 집행관 4명은 노조의 강 대 강 대치에 일단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안전을 확보한 뒤 집행일을 다시 잡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측이 법대로 하겠다고 맞서고 있고 노조는 고용 승계가 될 때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소현숙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여기서 16년을 넘게 다녔거든요. 단순히 불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쫓겨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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