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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초등학교 66m 밖에 생기는 나이트클럽? 심의 통과시킨 교육청 "영업시간과 등하교 시간 겹치지 않아 괜찮아"


초등학교 바로 근처에 나이트클럽이?
코로나 유행 시기 폐업했던 대구의 한 나이트클럽이 최근 다시 개장 준비를 하며 논란입니다.

직선거리로 불과 66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트클럽에서 학교까지, 신호등을 건너가는 길이,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립니다.

클럽 바로 앞에는 지하철역 출입구가 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학원 가는 아이들은 매일 나이트클럽 앞을 지나게 됩니다.

곽민지 (내당초 4학년) "학원 갈 때 지하철 타고 갔다가 와서 지나가게 돼요. 무섭고 그쪽으로 가기 싫을 것 같아요."

클럽을 마주하고 바로 건너편에는 2024년 1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가 공사 중입니다. 

이곳에 살 아이들도 같은 초등학교를 배정받게 되는데, 학교에 가려면 클럽 앞 대로변을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도, 근처 아파트 단지 주민들까지 나이트클럽이 다시 문을 여는 걸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상 위반 사항이 없다면 나이트클럽은 관할 구청의 영업 허가를 받아 예정대로 12월 영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학교 근처는 술집 같은 청소년 유해업소가 들어설 수 없는데, 나이트클럽이라니··· 어떻게 된 일까요?


"학생들에 영향 크지 않다" 교육청 심의 통과한 나이트클럽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200m 범위 안까지 '교육환경 보호구역'입니다.

학생들의 위생과 안전, 학습, 교육 등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은 원칙적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법이 막고 있습니다.

대기오염물질이나 악취, 소음, 폐기물 등을 배출하거나 처리하는 시설도 들어올 수 없고, 담배를 파는 곳, 숙박업, 게임장 같은 사행 행위 영업소, 주점 같은 유흥업소까지 세세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이트클럽도 금지 대상입니다.

다만 사업주가 관할 교육청의 교육환경보호위원회에 제외 시설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심의를 통과하면 예외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 나이트클럽은 지난 9월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겁니다.

심의에 앞서 해당 초등학교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코로나 유행 전 나이트클럽이 운영될 당시,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 시간까지도 주변 정비가 되지 않아 학생들의 정서적·물리적 안전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며 "다시 유흥주점이 운영된다면 학생들이 취객과 폭력 등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클럽 주변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오가는 학생들도 많아진 상황.

클럽이 영업하던 예전과는 주변의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내당초 학부모 "취객들을 만날 수도 있겠구나, 등교할 때. 출근하면서 여러 무리의 아이들이 나이트 앞을 지나 학교 가는 걸 제가 봤단 말이에요, 저 친구들 너무 위험하겠다··· 나이트 앞을 지나가는 경로로 가는 게 제일 빠른 등교 노선인 아이들이 있단 말이에요."


원래 주점 많은 동네라서? 등하교 시간에 영업 안 해서 괜찮다?
관할인 대구시남부교육지원청은 나이트클럽이 해당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운영 가능'으로 심의를 통과시켰습니다.

교육청은 나이트클럽 앞은 해당 초등학교 학생들의 주 통학로가 아니고, 클럽 영업시간과 등하교 시간이 겹치지 않아서 괜찮다고 봤습니다.

또 30년 넘게 나이트클럽이 있던 자리에 다시 클럽이 문을 여는 거고, 주변에 유흥업소도 많은데 해당 나이트클럽만 막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구시남부교육지원청이 최근 5년간 진행한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36건.

이 가운데 72%, 26건이 '영업 가능'으로 심의를 통과했는데 대부분 근처에 동종 업소가 있는 곳들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 환경을 더 민감하게 따지기보다 주변 영업소와의 '형평성'에 심의 기준을 두는 게 맞는지 학부모와 근처 주민들을 비판했습니다.

"나이트클럽이 먼저 있었는데···"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뺀다?

관할 구청에 따르면, 기존에 있던 나이트클럽이 영업을 시작한 건 1989년입니다.

66m 거리에 있는 내당초등학교는 그 전인 1954년 개교했습니다.

교육청은 1970년부터 학교 주변을 '정화 구역'으로 지정하고 유해 업소를 제한하고 있었다고 하니, 당시에도 교육청 심의를 통과했던 겁니다.

30년 넘게 영업하던 기존 나이트클럽은 코로나 유행 이후 휴업을 반복하다 2022년 6월 결국 폐업 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기존 보다 커진 2,600여㎡ 규모로 다시 문을 열기 위해 교육청에 심의를 신청했고, 영업 '가능'으로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보호하는 법을 집행하는 교육청이, 예전과는 달라진 환경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초등학교 바로 인근 나이트클럽 영업을 허락한 겁니다.

원래 있던 자리라는 이유를 들어서요.

학부모들 "나이트클럽 심의 통과 2달 뒤 알았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정작 해당 학교 학부모 대부분은 클럽이 다시 문을 여는 걸 심의 통과 2달 뒤인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학교장이 교육지원청에 학교의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거나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없었습니다. 

교육청은 사업주가 심의 신청을 하면 통상 15일 가량 안에 심의를 모두 마치도록 '민원 처리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관련되는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간 안에 심의 결과를 내려면, 해당 학교에는 의견서 제출 기한을 충분히 줄 수 없고, 시간상 학교 운영위원회조차 열기 어렵다는 겁니다.

내당초 학부모 "나이트도 허가해 준다면 다른 유해환경, 단란주점 그런 부분들이 더 생길 거고··· 아이들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교육청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걸 허락해 줬는지···"

관할 구청은 교육청의 허가가 난 상황이어서 식품위생법상 문제가 없다면 영업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학교 학부모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렸습니다.

관할 구청에 반대 서명을 모아 전달하는 등 '허가 철회'를 위한 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손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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