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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신협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자녀는 ‘채용 프리 패스’?


"신용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자녀들은 채용 특혜를 받는다"

최근에 취재진에게 신협과 금고 관계자들이 채용 비리·특혜를 제보했습니다. 이사장들이 신규든 경력이든 채용을 제멋대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신협 이사장들은 자기 자녀들 채용을 서로서로 해줬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각 신협과 금고를 돌아다니며 의혹 당사자들이 실제 근무하는지 확인하고 법인등기를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사장과 친분 없는 사람은 입사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
대구 모 신용협동조합은 자산 규모 2조 원대로 전국 최대 규모입니다. 이 신협 본점에서 일하는 A 씨와 B 씨, 지점에서 일하는 C 씨와 D 씨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용됐을 당시 이 4명의 아버지가 각자 대구지역 다른 신협의 이사장이었습니다.

이 신협의 한 지점장 E 씨와 지점 직원 F씨. 이 두 명의 아버지는 이들이 채용됐을 당시 대구와 경북지역 다른 신협 전무였고 현재는 이사장입니다.

이 신협 또 다른 지점의 직원 G 씨. 역시 아버지는 G 씨가 채용됐을 때 신협중앙회 감사팀장이었고 나중에는 경북의 한 신협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런데, 언급된 직원들이 채용되는 과정에 문제의 모 신협 현 이사장 김 모 씨가 모두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가 임직원들과 조합원 사이에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신협 전 임원은 취재진에게 "능력 위주 인재 채용이 아니라 이사장과 친분 없는 사람은 입사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신협에 다른 신협 전·현직 이사장 자녀가 채용된 사례는 확인된 것만 7명이었습니다. 모두 김 씨가 이 신협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거나 전무일 때 벌어진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사장 자녀 누구가 들어오면 바로바로 소문이 날 정도"
김 씨 아들이 '키'였습니다. 이들 7명이 채용된 시기에 김 씨 아들은 대구지역 신협 3곳에 채용돼 옮겨 다니며 근무를 했습니다. 각기 다른 신협 이사장들이 품앗이하듯 자기 자녀들을 서로 다른 신협에 채용한 셈입니다. 어찌 보면 김 씨 아들 채용을 대가로 이사장 김 씨가 다른 이사장들 자녀를 뽑아준 것으로도 보입니다. 각 신협은 독립된 법인으로 따로 채용하고 최종 면접에는 이사장이 면접관으로 들어갑니다. 이 신협 전 임원은 "김 씨가 이사장이 되기 전부터 채용부터 모든 관리까지 실제 결정은 김 씨가 다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아버지가 이사장인 직원들은 연봉 계약 등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 신협의 한 직원은 "이사장 자녀 누구가 들어오면 바로바로 소문이 날 정도"라며 이사장 자녀들을 향한 특혜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채용 비리 등 의혹을 받는 이사장 김 씨는 결과만 놓고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본인 아들이 다른 신협에 3번 채용된 것과 관련해서는 특혜가 아니라면서도 사내연애 때문에 옮긴 거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채용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
위의 보도 내용을 본 문제의 신협 한 조합원이 폭로를 했습니다. 이 조합원은 취재진을 만나 자녀 채용 대가로 이사장 김 씨에게 금품을 여러 차례 줬다고 폭로하고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사장 김 씨와 친분이 있던 조합원은 2006년 이사장 김 씨에게 2천여만 원 상당의 승용차를 건넸습니다. 그 뒤 자신의 딸은 이 신협에 채용됐습니다. 이 조합원 지인 자녀 두 명도 청탁으로 2015년과 2016년에 채용됐습니다. 그 뒤엔 더 노골적인 답례 요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사장 김 씨가 수성구 모 호텔 사우나·헬스장 이용권과 고급 정장, 골프채 등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 조합원은 이사장이 "평생직장을 구해주는데 고맙게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면서 반 간접적으로 요구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조합원은 이사장 김 씨 딸이 2017년 신협 건물 안에 있는 카페를 운영할 수 있게 임대보증금 3억 원도 대신 냈습니다. 이사장 김 씨가 조합원에게 요구했다는 겁니다. 이때 조합원 딸은 김 씨 신협에 근무할 때입니다. 이 조합원은 사업자등록과 임대차계약에 필요한 이름도 빌려줬습니다. 이 조합원은 임대보증금 3억 원을 그냥 낸 것도 억울한데 각종 세금, 4대보험 비용 같은 것도 내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요양원에 있는 김 씨 모친 병간호도 7년 동안 해야 했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대구 팔공산 근처에 있는 요양원까지 다녔다는 겁니다. 이 조합원은 "김 씨가 요양원 갔다 왔냐며 확인도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조합원은 자기 딸과 지인 자녀가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요구에 응했다고 합니다.

"채용 대가 아니고 친구끼리 선물 주고받은 것"
이사장 김 씨는 "자동차 등 금품을 일부 받았지만 채용 대가가 아니었고 자신도 이 조합원에게 종종 선물을 사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친구끼리 선물을 주고받은 거라는 겁니다. 자신의 딸이 신협 내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임대보증금 등을 대납하게 한 것에 대해선 주위 눈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3억 원 임대보증금에 대한 이자는 매달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 조합원의 딸과 지인 자녀들은 공개채용 절차 없이 채용된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신협 측은 어떤 형태든 특채는 민간 기업의 권리라 문제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번 채용 청탁 폭로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로 볼 수 있는 자료 등이 나오면서 수사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협은 1971년 대구 모 구청 청소과 환경미화원 40명이 만든 조합입니다. 고리채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던 당시 조합원들이 서로 상부상조하고 경제자립을 하자며 해당 신협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조합원 개인당 300원, 총자산 12,000원으로 이 신협 창립총회가 개최됐습니다. '청운'의 꿈을 품은 당시 조합원들은 이런 채용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금융기관은 무엇보다 신용이 중요한데, 이 신협은 조합원과 고객들에게 제대로 신뢰를 주고 있는 것일까요.


"채용비리 의혹은 신협만 있는 게 아니다" "같은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도 비슷하다"
새마을금고 직원이 폭로한 내용입니다. 취재진은 바로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대구 달성군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A 씨. 남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B 씨. 이들은 2018년 상반기에 함께 입사했습니다. 입사 동기인 둘은 남매입니다. 아버지는 대구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김 모 씨입니다. (신협의 김 모 이사장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자녀들이 원서를 내기 직전인 2018년 3월 이사장 김 씨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로 취임했습니다. 중앙회 이사는 각 시도마다 한 명씩인데 김 씨는 대구 102개 새마을금고를 지도,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대구지역본부에 가면 지역 이사인 김 씨를 위한 방이 중앙회 지역본부장 방 옆에 있습니다.

당시 새마을금고 채용에서 필기와 면접은 중앙회 각 지역본부에서 이뤄졌습니다. 면접은 대구 모 새마을금고 전무와 중앙회 직원 등 3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런 구조다 보니 이사장이면서 중앙회 대구지역 이사이기도 한 김 씨의 입김이 2018년 상반기 채용 때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대구권역 이사가 지도, 감독권을 쥐고 있다 보니까 이사가 말 한마디 하면 이사장, 전무들이 서로 묵인하고 웬만하면 다 받아들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예비 사위 채용에다 경력직 채용까지 영향력 발휘"
자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 자녀들이 채용된 2018년 상반기 당시 김 씨 예비 사위로 알려진 C 씨도 함께 채용됐습니다. C 씨는 현재 대구 동구 모 새마을금고에서 근무 중입니다. 의혹을 받는 대구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김 모 씨는 "딸을 통해 C 씨를 안다. 알지만 그 친구를 내가 어떻게 진입시키냐. 내가 압박을 넣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힘은 경력직 채용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발휘됐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 씨가 자기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다 퇴직한 직원을 평소 친하게 지낸 이사장의 새마을금고에 부당하게 채용시켰다는 겁니다. 해당 직원은 공고가 나기도 전에 모 새마을금고에 전화하고 원서 접수 기간 전에 이력서를 냈습니다. 정식 채용절차를 밟지 않은 겁니다.

"모든 채용에 영향력 행사하지 않았다"
의혹을 받는 이사장 김 씨는 자녀들을 포함한 모든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2018년 하반기부터 신규 채용 최종 면접을 각 금고에서 하는 방식으로 변경됐고 현재는 각 금고 이사장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입니다.


감사는 있지만 '채용 품앗이'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아
신협과 새마을금고 채용 특혜·비리 의혹. 상호금융기관은 왜 이러는 것일까.

각 신협은 독립적으로 채용을 하고 이사장이 최종 면접에 들어가는 구조라 이사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채용도 주먹구구식입니다. 공개채용도 있지만 '아르바이트 채용'이라는 식으로 알음알음 뽑아 정규직처럼 일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의 신협에 감사가 있지만 상임감사는 8년, 비상임감사는 16년 넘게 재임하면서 이사장들의 이른바 '채용 품앗이'를 단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신협 채용비리 등에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수없이 세웠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집니다. 새마을금고는 각 금고별로 이사장이 실권을 쥐는데 4년 임기 뒤 2번을 연임할 수 있어 12년 동안 재임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새마을금고 상위 기관이 행정안전부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각각 총자산이 200조, 100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채용을 비롯한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각종 내부 비리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양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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