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매출이 대구의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0월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대전 동구)이 '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가맹점이 모두 대구의 한 시장에 있는 채소가게'라고 지적하자 "5억 원 이상의 온누리 상품권 매출을 올리고 있는 15개 이상 매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장 의원에 따르면 3곳 모두 한 가족이 대표를 맡고 있고 1곳만 실제 마늘가게로 운영하고 나머지 2곳은 등록한 주소에 없는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가족 명의로 된 가게 3곳이 월평균 192억 원의 온누리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 의원은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내부 장부상 거래를 허위로 일으켜 서류상 매출을 만들고 외부에서 다량의 온누리상품권을 끌어온 뒤 환전해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장 의원 지적에 따라 가맹점별 환전 자료를 취합한 결과 매출 순위 4, 6, 7위 업체에서도 비슷한 불법이 확인됐습니다.
장철민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매출 순위 1위부터 7위 중 6개 업체가 불법이며, 이들이 유통한 지류 온누리상품권의 양은 올해만 1,214억 원으로 전체 유통량의 10%에 해당한다"며 "특히 6곳 모두 거래추적이 불가능한 지류 온누리상품권만 사용했고, 추적이 가능한 모바일‧카드 상품권 매출은 0원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온누리상품권 매출) 1위인 A 농산은 올 4월 개업해 업력이 4개월밖에 되지 않는데도 온누리상품권 월평균 매출 74억 원이었다"며 "3위인 C 농산의 경우도 올 7월에 개업하여 두 달 만에 월평균 55억 원 온누리상품권 매출을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의원은 "지류 온누리상품권으로만 그 정도 매출이 나온다면 현금과 신용 매출을 합치면 적어도 월 수백억 원대 매출이 나와야 하고, 이는 웬만한 백화점급 매출 규모"라며 "참고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인 대전 성심당 본점의 경우, 월평균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2억 4천만 원으로, 그 중 지류는 2,550만 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1~3위 세 업체 중 유일하게 실물 점포가 확인되는 B 상회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총매출은 504억 원으로, 월평균 63억 원이었습니다.
세 업체 중 B 상회만 올해 이전에 개업을 했는데 이 업체의 작년 월평균 온누리상품권 결제금액은 월평균 1억 4천만 원으로 1년 만에 온누리상품권 매출이 44배 급등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근의 한 A 새마을금고에서 환전했는데 해당 새마을금고는 "양이 많다고 해서 환전을 거절할 이유는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소진공 측에 답했습니다.
장 의원은 "지류 온누리상품권은 최고가 권종이 만 원권으로, 이들의 월별 환전액인 200여억 원은 20kg 사과 상자 100개 분량이고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하기 위해서는 각 장마다 일련번호를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다"라며 적발된 업체를 넘어서 상품권 유통 전체의 카르텔을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진공 측이 지난 8월 해당 시장에서 일부 상인들이 이번에 적발된 업체와 다른 업체에 대해 편법 유통 의심 신고를 했는데 서류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며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도 했습니다.
장철민 의원은 "동네 시장 상인들의 꼼수 수준으로 보기엔 규모도 크고, 유형도 아예 다르다. 법인 자금으로 대량 구매한 후 현금화해 빼돌리는 돈세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민생 대책이라며 온누리상품권을 무작정 늘리고 있는데,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정확한 분석이 우선"이라며 "정확한 진상 파악 없이 내년도 온누리상품권 예산 통과는 불가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