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점점 늘어나는 농촌 빈집 현상은 지방소멸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예천에서는 마을 빈집이 많아지자 한 주민이 직접 발 벗고 빈집 소개에 나서 70명 넘는 귀촌 인구를 모으기도 했다는데요.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집 안팎에 폐기물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아 소리 없이 폐허가 돼 가던 예천 시골 빈집.
사람의 손길이 닿자 넉 달 만에 몰라볼 정도로 아늑한 집으로 변했습니다.
마당에는 폐기물 대신 아궁이에 쓸 참나무가 쌓여 있습니다.
옛집의 뼈대는 살리고 볕이 잘 드는 너른 창과 크고 작은 식물을 뒀습니다.
◀김미주(56살)▶
"서울에서는 '집, 집, 집'하고 집 없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런데 여기는 집이 있어도 이렇게 관심도 없고 저렇게 그냥 쓰레기 다 쌓아 놓고 그래서 내가 정말 우리까지 서울에서 살아야 하나 싶어서 그냥 여기로 정하자 하고···"
오래전부터 귀촌을 꿈꿔 오다가 드디어 넉 달 전, 서울살이를 접고 이곳에 정착한 김미주 씨 부부.
고향도 아닌 낯선 시골 빈집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예천에 사는 한 주민이 올린 유튜브 영상 덕분이었습니다.
◀김경만 빈집 소개 유튜브 운영 (2023년 9월 24일 '마니tv')▶
"상당히 쓸 만한 집입니다. 비워두기엔 너무 아까운 집이라서···"
예천에서 나고 자란 김경만 씨는, 4년 전부터 빈집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 집을 빌리겠다는 사람과 집주인을 연결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수수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을에 빈집이 늘면서 점점 쪼그라드는 고향이 안타까운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김 씨의 소개로 4년 만에 70명 넘는 사람들이 예천 일대 빈집에 새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김경만 빈집 소개 유튜브 운영▶
"시골집의 임대료가 얼마 안 돼요. 1년에 뭐 50만 원? 얼마를 받을 거야. 적은 금액을 들여서 한번 살아보고 '괜찮네, 이 동네' 이 단계를 거치고 싶은 거죠. 그래서 빈집 구하는 수요가 많습니다."
늘어나는 빈집은 빈집이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30가구가 사는 예천군 오암리.
이곳도 빈집이 다섯 집이나 되는데, 그중 한두 집은 고쳐 살 만큼 괜찮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김종한 이장 예천군 보문면 오암1리▶
"살면 좋죠. 이 집은 조금 수리하면 큰 수리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연세 많으신 분들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잘 안 들어오려고 그래요."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40만 호가 넘습니다.
이 중 경북은 12만여 호로, 열 집 중 한 집은 빈집인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성로 교수 국립안동대 행정학과▶
"농촌의 빈집이 증가하면 농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마을 공동체가 점차 파괴되는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정책은 대부분, 지자체가 빈집을 매입해 고치거나 집주인에게 100만 원 선의 보조금을 지급해 집을 통째로 철거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김경만 빈집 소개 유튜브 운영▶
"조금 허름한 집이어도 한 10년 임대를 해주면 '내가 와서 수리해서 살게.' 지자체 내에서라도 빈집의 임대 현황을 발굴해서 올려놓고 그런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어요)"
농촌 빈집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됩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영상 제공 유튜브 '마니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