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적인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겨울철새, 독수리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굶주림 때문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먹이주기 행사가 위축된 탓인데요,
안타까운 상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지정된 대구시의 한 동물병원에 독수리가 들어왔습니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과 고령군 개진면이 접한 월동지에서 구조돼 온 것입니다.
애처롭게 쳐다보는 독수리는 완전히 탈진 상태입니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위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수의사)▶
"가슴에 살 자체가 근육이 아주 좁아져 있거든요. 그러면 얘가 음식을 못 먹은 지는 적어도 2~3주는 됐다고 봐야 되죠."
몽골에서 독수리가 날아오는 겨울철이면 굶주림 때문에 구조되는 개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2014년 고령군 개진면 월동지에서 독수리 3마리가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되는 등 아사하는 독수리도 많습니다.
사냥을 할 수 없는 독수리는 동물 사체를 주 먹이로 하고 있는데 산업화와 도시화로 야외에서 썩어가는 동물 사체를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나 동물보호단체가 먹이주기 행사로 독수리 보호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014년 정부가 조류 인플루엔자의 원인으로 가창오리를 지목하면서 야생동물의 먹이주기 행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지금 자제를 권고하잖아요. 환경부서에서 주로 하던데. 저희 방역부서에서는 자제를 권고합니다, 하지 마라 소리죠, 우리 쪽에서는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오리류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독수리를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수의사)▶
"이 독수리, 큰 맹금류에서는 아직 발생 보고가 없거든요. 얘들의 분변에서 나왔다든지 그런 거는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근거 없는 먹이주기 행사 금지보다는 제한적으로라도 독수리에게 먹이 공급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만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독수리를 구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