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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빚 갚고 월세 내기 바빠"…더 팍팍해진 청년들의 살림살이


높은 금리와 치솟은 물가 때문에 서민 가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입이 낮고, 아직 삶의 기반을 다지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 겪는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대구의 청년 단체가 청년층 부채 실태를 조사했더니 빚 갚는 데 쓰는 돈은 더 늘고 주거비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 19~39세 청년층 월평균 수입 217만 원…수입 늘었지만 지출 더 큰 폭으로 상승]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이 지2023년 10월부터 한 달 동안 대구에 살거나 일하는 만 19살에서 39살 사이 청년 1,00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한 달 평균 수입은 217만 원으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4만 원 올랐지만, 2024년 최저임금(월급 기준 206만 740원)보다 10만 원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지출은 94만 원으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5만 원 늘었고, 부채 상환은 41만 원으로 7만 원 늘었습니다.

지출과 부채 상환을 더해 135만 원, 한 달 수입의 62%가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수입이 늘긴 했지만, 쓸 돈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겁니다.


['부채의 질' 악화…2·3금융권 대출 비율 39.8%, 1년 전 대비 15.6% 포인트 증가]
조사 대상자 10명 중 3.5명이 빚은 가지고 있었고 평균 부채가 5,187만 원이었습니다.

청년 채무자 10명 중 4명은 2·3금융권(저축은행, 신용카드사, 캐피탈, 보험사,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실태조사에 비해 15.6% 포인트(22년 24.2% → 23년 39.8%) 높아진 겁니다.

주거 불안정도 심화됐습니다.

2022년 실태조사에 비해 보증금이 월세 786만 원(22년 649만 원 → 23년 1,435만 원), 반전세 1,488만 원(22년 5,200만 원 → 6,688만 원), 전세 1,574만 원(22년 1억 663만 원 → 23년 1억 2,237만 원)이 상승했습니다.

1년 사이에 월세 보증금이 2배 넘게 상승했고, 반전세와 전세 경우에도 1,500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이 때문인지 전세 임차 및 집 구매 시에 주거비를 부담하기 위해 대출을 이용했다는 비율이 93.7%였습니다.

설문조사 대상자 중에 36명은 전세 사기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설문조사 참가자 10명 중 6명은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는데, 투자 손실률은 평균 손실액이 812만 원에 달했습니다.


[청년 15명 심층 인터뷰 진행…신용카드 의존, 다중채무, 직업 준비기 생활고 등]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대구지역에서 일을 하거나 거주하는 청년 15명을 대상으로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방식을 이용하여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는 온라인 홍보를 통해 사전 신청을 받아 사전 설문을 진행했는데요.

신용카드 의존 청년, 다중채무 청년, 직업 준비기에 생활고를 겪는 청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2023년 11월~12월 2개월간 진행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내용입니다.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모아둔 돈 없이 신용카드로 생활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서 대출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천장 구조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차가 망가졌다. 아파트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자차보험도 들어있지 않은 상황이라 카카오뱅크 대출을 해서 자동차를 고쳤다. 일 때문에 차를 써야 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했다." (신용카드 의존 E 씨)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제로베이스로 시작하게 되었다. 월급을 받아야 생활이 되는데 일을 시작하고 한 달 뒤에 월급이 들어오니 생활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거기에다가 내가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교구가 필수적인 직종이라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고, 신용카드로 일에 필요한 교구들을 구입했다. 월급을 받기도 전에 마이너스로 시작했다." (신용카드 의존 B 씨)

"대학교 다닐 때 학자금 대출을 했었다. 그 이후에는 대출하게 된 계기는 딱히 없다. 그냥 생활비가 계속 구멍이 난다. 수입 대비 지출이 계속 마이너스라서 대출하게 되었다. 고정비나 생활비 등 지출의 대부분을 신용카드로 사용했는데 내 수입으로 신용카드 대금을 낼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 그래서 이때부터 신용카드 대금을 메우기 위해 대출했고, 구멍이 날 때마다 대출했다. 네 군데 대출기관에서 대출했는데, 대출할 때마다 이율이 높아지더라. 대체 마이너스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중채무 G 씨)

"나에게 돈은 현물이 아니라 게임 느낌이다. 돈을 한 번도 현금으로 만져본 적이 없기도 하고 통장에 들어오면 그냥 사라져 버린다. 안정적인 일자리 없는 상황에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이 필요하면 1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것을 채워놓고 반복되는 게 꼭 게임 퀘스트를 하는 거랑 비슷하다. 열심히 일해서 체력 수치가 떨어지면 자고 일어나서 생명을 다시 채워 일하고 이거를 반복한다. 전반적으로 현실감이 떨어진다." (다중채무 I 씨)

"빚을 갚으려고 일하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최근 성추행을 당했는데, 그 합의금으로 1억 원을 제시하더라. 이 1억 원이 있으면 지금 있는 대출을 다 갚고 당분간 가게 운영도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드는 자체가 너무 비참하고 자존심이 상하더라. 오로지 돈 때문에 드는 생각이라 ‘빚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다중채무 H 씨)

"돈이 없어서 힘든 게 가장 크다. 취업 준비를 하며 불규칙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항상 쪼들리게 생활한다.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20만 원짜리 빌라 원룸에 사는데 가격 때문에 여기를 선택한 거라서 방 컨디션이 좋지 않다. 전기와 수도,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기도 한데 돈이 없으니, 노브랜드에서 5개에 1,900원 하는 라면이나 5kg에 9,000원 하는 미숫가루로 끼니를 때운다." (직업 준비 O 씨)

조사를 진행한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의 최유리 이사장은 "사실 청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나 정부에서 정책 실패나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서 지금의 상황이 오게 된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의 정책은 자산 형성 정책이나 대출을 해주는 정책 굉장히 많아요. 이런 것들을 좀 보완하기 위해서 청년들이 진짜 어떻게 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우선 진행하고 이것을 좀 기반으로 해서 청년들이 겪는 불법 금융이나 전세 사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아니면 법적 제재를 강화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되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은 2023년 대구지역 청년 부채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내면서 다음과 같은 4가지를 요청했습니다.

1. 변화하는 청년층의 경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필요

- 실태조사를 기반한 공공청년금융제도 마련

-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 실시

2. 요동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교육 필요

- 금융교육 실시

- 청년금융복지센터 설립

3. 청년의 현실에 맞는 금융정책이 필요

- 청년 금융정책 전수조사를 통한 정책 보완

-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4.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 금융에 대한 지원 필요

- 사회적 금융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금융의 법적인 근거와 지원 체계 마련

-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을 통한 청년 등 특수목적 신협 설립 근거 마련

최근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청년들이 처한 상황도 많이 바뀌었고 사례도 다양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의 경제 상황을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정책을 세워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도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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