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마트 미래 학교라더니···4주만에 4층 건물 조립 '뚝딱'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난 학교에서는 조립식 건물을 지어 교실로 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모듈러 교실'입니다.
골조부터 실내 설비와 마감재까지 규격화한 건축물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놓고, 필요한 만큼 학교 부지에 가져와 레고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보통, 학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려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데 '모듈러 교실'은 4주 정도면 10여 개 학급이 쓸 4층짜리 건물을 조립할 수 있습니다.
조립만큼이나 해체도 쉬워서 필요한 기간만 쓰다 말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여러 개 학교가 과밀학급 해소 방안으로 '모듈러' 교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습기 차고 곰팡이 피고"···중고 자재 끼워넣기에 하자투성이 '모듈러 교실'
그런데 이 모듈러 교실을 설치한 구미의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학일이 되도록 조립 공사가 끝나질 않았고 설치된 건물 곳곳에서 아이들 안전에 위협이 되는 하자가 발견된 겁니다.
구미 A 중학교 관계자 "원래 계약서에는 2월 23일까지 완공하는 걸로 돼 있었죠. 그날 왔는데 공사 중이고 마무리가 안 돼있는 거예요. 29일까지 해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날 오니까 하자가 나오고··· (개학 하루 전인) 3월 3일에 학부모 대표, 운영위원장, 교육청 관계자 등이 함께 점검했는데 천장이라든지 이런 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핀 데가 있었어요. 마감이 안 돼 있는 곳이 많고··· 학생들 안전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 지적됐어요."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고 에어컨 필터에선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건물 벽면 여기저기 녹이 슬거나 낡은 흔적도 많았습니다.
새것인 줄 알았던 '조립식 교실'이 알고 보니 중고였습니다.
다른 학교에서 사용하다가 임대 기간이 끝나 철거한 모듈러 교실 자재를 다시 가져다 쓴 겁니다.
구미 A 중학교 관계자 "에어컨이 새카맣게 더러운 거예요. '이게 왜 이렇지?'하고 (에어컨 필터) 안에 보니까 먼지가 막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업체에 물어보니까 '사실은 중고였다', '재사용한다···'"
등교도 못 하고 원격수업으로 새 학기를 맞은 중학교 1학년 450여 명
이 중학교는 2023년까지 820여 명이던 학생 수가 2024년 1,12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1년 사이 학생 수가 35%, 300명 가까이 많아진 건데 조립실 교실을 설치해 아이들을 수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립식 교실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업이 한창이어야 할 학교에는 기계 소음만 요란하고, 1학년 450여 명은 등교를 못 한 채 원격수업으로 새 학기를 맞았습니다.
구미 A 중학 1학년 학부모(음성변조) "지금 온라인 수업하고 있는데 엉망진창이에요. 하다못해 아이가 '엄마 이거 온라인 준비도 안 됐는데 억지로 하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소리도 울리고 계속 접속도 끊기고 중학교 첫 수업을···"곰팡이로 뒤덮인 자재, 하자 보수 약속했지만···"이런 데 애들 집어넣어도 되나요?"
이 학교뿐이 아닙니다.
이 중학교와 3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도 1년 사이 학생 수가 1,100명 대에서 1,400명 대로 급증했습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계속 생기면서 학생 수가 앞으로도 더 늘 수 있어서 조립식 교실을 아예 새 걸로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 조립실 교실에 에어컨이며 벽체며 화장실 설비까지 다른 데서 떼다 온 중고 자재가 쓰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터넷에는 조립식 교실 시공 업체가 자재를 재사용한 것뿐만 아니라 곰팡이로 덮인 마감 자재를 썼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여기저기 벽을 뚫어 확인하고 있고, 조립식 교실에 배정된 초등학생 230여 명은 미술실과 돌봄실 등으로 흩어져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구미교육지원청은 두 학교 모두 학부모를 상대로 설명회를 하고 조립식 교실에 대한 구조안전진단과 공기 질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조립실 교실을 매입한 초등학교는 진단 결과 문제가 없다면 일단 교실을 쓰고 이번 여름방학 때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조립식 교실은 임대 계약이어서 중고 자재가 쓰였어도 그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불안해합니다.
구미 A 중학교 1학년 학부모 "그 교실을 쓸 수 있냐, 없냐가 가장 그런 거죠. 안에 곰팡이도 있고 부실시공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데··· 아이들 안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에요."
구미 A 중학교 1학년 학부모 "내장재는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이걸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으면 그 안에 자재가 어떻게 썩어 있는지 모르는 거죠. 호흡기 질환 얼마나 심각해요? 그 안에 곰팡이 같은 거 애들 뛰고 숨 쉬고 하면 다 들어가고 하는데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은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런 데 애들 집어넣어도 되는지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거죠. "
업체 측은 교육청에 자재를 재사용한 걸 인정하고 하자 보수를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