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은 뉴스타파,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분석 대상은 대구·경북에 있는 검찰청 자료입니다. 지난 9월 17일 대구·경북 검찰청 특수활동비 사용 실태에 이어 추가로 검증한 부분은 오남용 의혹이 있는 사례와 2017년 검찰이 약속한 특활비 제도 개선책입니다.
생략 영수증과 셀프 수령···검찰청의 예산 오남용 의혹 사례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 사례에 대해 검찰 측은 산발적이고 단편적이라면서 '문제가 없다'거나 '소수의 일탈'이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어떤 대상을 수사를 할 때, 이런 소수의 일탈이 반복적으로 확인될 경우 '범죄의 증거'로 보고 추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의 근거로 삼는 게 지금까지 보아온 검찰의 행태입니다.
구체적인 오남용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경주지청'에서 수상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뉴스민이 확인한 것 중에는 기밀 수사용으로 써야 하는 특활비를 비수사 부서에 격려금 또는 운영비로 준 것으로 보이는 근거가 있습니다. 경조사비로 썼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경주지청은 사무과에 특활비를 준 것으로 보이는 증빙자료가 확인됐습니다. 경주지청이 공개한 자료 중 2018년 '집행 내역확인서 생략 영수증' 중에는 사무과 명의의 영수증 일부가 나타납니다. 유사하게 '수사과, 형사부', 부서 명칭 없이 '경주지청'이라고만 기재된 '생략 영수증'도 확인되는데요. 검찰은 2017년 특활비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현금으로 집행할 경우 원칙적으로 집행 내역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예외적인 경우 생략할 수 있도록 했고, '생략 영수증'은 기관장이나 부서장이 결재해야 합니다.
사무과는 상반기 중 1월부터 5월까지 매달 30~50만 원가량의 특활비를 받았습니다. 확인되는 것만 모두 5차례, 190만 원입니다. 1월 22일 30만 원, 2월 1일 50만 원, 3월 8일 40만 원, 4월 16일 40만 원, 5월 1일 30만 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기간 경주지청은 사무과 외에도 수사과, 형사부에도 날짜를 달리해 일정 금액을 지급했는데, 금액은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안동지청은 '우수 공판부 대검 격려금'이라는 문구가 박힌 증빙자료가 나왔습니다. 2018년 1월 25일 150만 원을 누군가에게 지급했는데, 영수증에는 '우수 공판부 선정 관련 대검 격려금을 다음과 같이 수령해 집행하였음을 확인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공판부는 재판에서 기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있는 부서입니다. 경북의 한 검찰청에선 실무자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특활비를 경조사에 지급한다고도 했습니다.
검찰 특활비를 두고서 '셀프 수령'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관의 장, 그러니까 지검장이나 지청장이 받아 쓰는 내용이 여러 건 확인이 됐습니다. 가장 많은 내역이 확인된 곳은 '서부지청'입니다.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 사이 수령인란에 당시 지청장의 이름이나, '지청장'이라 적힌 문서가 많이 확인됩니다.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사례만 19건, 합계 1,386만 원의 영수증 수령인에 지청장 이름이 적혔습니다. 이 기간 서부지청장은 이준엽 검사. 같은 기간 서부지청이 사용한 전체 특활비 5,373만 원의 25.8%에 해당합니다. 지청장을 포함해 검사 3~4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청의 경우 지청장이 직접 수사 업무를 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서부지청은 상황이 다릅니다. 서부지청은 대구·경북 검찰청 중 대구지검 다음으로 많은 검사가 근무하는 검찰청입니다. 2022년 7월 기준으로 검사 근무 인원은 대구지검 58명, 서부지청 29명입니다. 지청장이 직접 수사를 할 까닭이 없다는 뜻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지청장은 2020년 2월부터 8월 사이 김천지청장으로 있습니다. 이 기간 김천지청 특활비 수령 영수증에도 지청장이 수령한 영수증이 2건 확인됩니다. 6월과 8월 각 40만 원씩 합계 80만 원입니다. 이준엽 지청장은 왜 이런 일이 있었냐는 물음에 "특활비 수령자가 저로 되어 있더라도 제가 사용하진 않는다"며 "당시 수사 활동 관련자에게 나누어 지급했을 거다. 검사에게 매번 직접 수령증을 받지 않는다. 실무관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 일일이 수령증을 작성하지 않고 간부나 제가 합해서 서명하기도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특활비 집행, 연말과 명절에 집중된 이유는?
특활비 집행 현황을 보면, 연말에 많은 돈이 나가는 현상이 눈에 띕니다. 시민단체는 11월과 12월에 특활비 집행이 몰리는 것을 두고 '연말 돈 잔치'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10개 검찰청의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9개월 특수활동비 집행 현황을 보면, 대구·경북에선 어느 검찰청을 가리지 않고 연말에 많은 돈이 나갔습니다. 검찰 주장대로면 대구경북 검찰청에선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연말에 기밀 수사가 몰렸다는 의미가 됩니다.
특정 검찰청이 특정한 해에만 연말·명절 시점에 특활비를 많이 썼다면, 그 시점에 기밀 수사 업무가 많았을 가능성이 당연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검찰청을 불문하고 해마다 연말·명절 시점에 특활비 지출이 많았다면 기밀 수사와 상관없이 연말·명절의 떡값성 지출 경향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검찰은 연말·명절만 되면 '기밀 수사'가 늘어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찰이 연말에 기밀 수사를 모아서, 어떻게 보면 벼락치기로 했다고 한다면 확보한 자료를 가지고 검증할 수 있었을 텐데요. 대구·경북에 있는 10개 검찰청의 69개월 특활비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0개 중 8개 검찰청이 11월과 12월에 특활비를 모아서 집행했습니다. 대구지검과 포항지청, 김천지청, 상주지청은 12월 치가 가장 높습니다. 대구지검과 포항, 김천지청은 11월이 그다음이어서 연말로 갈수록 늘었습니다. '대구·경북 10개 검찰청의 특활비 사용 비율'을 살펴보면 11월이 11.8%를 차지하고, 12월은 16.5%입니다. 결국 11월과 12월을 합치면, 연말에 28%가량의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지검은 2017년 12월에 쓴 6,336만 원 가운데 36%를 12월 27일과 29일 이틀에 지급합니다. 27일은 대검찰청이 전국 검찰청으로 특활비를 고르게 분배한 다음 날입니다. 2019년 12월에는 특활비를 19일 동안 씁니다. 성탄절과 주말을 빼면 근무일 가운데 91%나 되는, 그러니까 매일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말입니다.
검찰의 자체 개선책에도 불구하고···투명성 수준은 '답보 상태'
특활비로 말썽이 빚어지자, 검찰이 자체적으로 개선책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이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동지청에서 발견된 예산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동지청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특활비 집행 내역과 증빙자료 482장을 공개했고, 이 중 64장은 월별로 작성된 '특수활동비 집행계획' 문서입니다. 이 문서는 2017년 9월 검찰이 만든 '특수활동비 집행 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작성됐습니다.
2018년부터 작성된 예산서는 월간 적으면 61만 원, 많으면 359만 원을 필요 예상액으로 산출했고, 예산서 기준으로 연간 소요 예상액은 2018년 2,330만 원, 2019년 1,680만 원, 2020년 1,012만 원, 2021년 1,793만 원, 2022년 1,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2021년과 2022년은 1만 원 단위까지 예산과 집행이 일치하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많게는 1,000만 원이나 예산을 초과한 특활비가 집행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이는 2018년 1,602만 원, 2019년 110만여 원, 2020년 200만여 원입니다.
예산서 기준보다 더 많이 쓴 셈인데, 늘어난 재정에 대한 예산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부 예산은 사전에 마련한 예산안을 기준으로 집행하고, 예산안보다 더 쓰거나 덜 쓰게 되면 추가 경정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검찰의 경우 독립적인 예산 편성권이 없어 추가 경정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예산서와 상관없는 추가적인 특활비가 사용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서 특활비 명목의 추가 예산서가 있을 수 있지만, 안동지청 관계자는 그런 자료는 없다고 합니다. 예산서 작성 도입 목표가 ‘집행 방법 개선으로 투명성 확보’에 있다면 그만큼 투명성 확보 없이 예산이 사용됐다는 의미가 됩니다. 검찰의 자체 개선책이 나왔지만, 결국 유명무실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셈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