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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엇갈린 평가'···'10월 항쟁 77주년' 무엇을 기억해야 하나?

①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엇갈린 평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평일 전환 효과를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바꾼 건 지난 2월로 전국에서 대구가 처음입니다. 대구시는 9월 19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6개월을 맞아 분석 자료로 평일 전환이 효과가 높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보도 자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상인과 시민이 모두 대만족이라는 것입니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 "이러한 소매업종 매출 증가율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고 있는 인근 지자체 부산의 16.5%, 경북의 10.3%, 경남의 8.3%와 비교했을 때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의무 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실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시내 전통시장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전년보다 매출액이 증가하였고 2, 4주 일·월요일 매출액 증가율은 34.7%로 전체 기간 증가율 32.3%보다 2.4% 정도 높게 나타나서 코로나 19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전통시장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데 저항도 만만치 않았는데, 대구시가 낸 자료로만 본다면 그런 걱정이 모두 기우였습니다. 대구시 의무 휴업일 분석을 한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팀은 효과가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소비도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바꾼 지난 2월 12일부터 7월 31일까지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업종별, 지역별 소비 또는 매출 증감률을 2022년과 비교해서 따져봤고 다른 지역과도 비교·분석했습니다.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었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도 6.6% 증가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음식점이 25.1%, 편의점 23.1% 등은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 증가세가 컸습니다. 전통 시장의 2, 4주 일요일, 월요일 매출액 증가율도 34.7%로 전체 기간 증가율 32.3%보다 높았습니다.

이런 통계를 들어 대구시는 소매업종 매출 증가율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는 부산(16.5%), 경북(10.3%), 경남(8.3%)과 비교해 높다며 "의무 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평일 전환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시민의 87.5%가 잘했다고 평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규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는데, 평일 전환으로 만족한다는 사람이 525명으로 87.5%였습니다. 이유를 보면 '일요일에 쇼핑하기 편리해져서'라고 했고, '의무 휴업인 일요일이 쉬는 날인지 문을 여는 날인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소매업과 음식점도 일요일 매출이 늘고 평일도 마찬가지여서 지역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대구시는 강조했습니다.


소상공인 업계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평일 전환, 소상공인 소외감 가중"
반면 소상공인 측은 의견이 다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바라고 있는 소상공인의 소외감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2022년 중 국내 지급결제 동향'을 인용하면서 지급 카드 이용 증감률은 2020년 0.6%, 2021년 9.4%, 2022년 12.7% 늘어났다며 코로나 엔데믹 이후 늘어난 보복성 소비지출과 자연적인 카드 이용 증가율만 고려해도 대구시 주장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구시의 통계자료를 보면 매출의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확연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율은 10%에 머물고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음식점조차 24% 증가율에 그친 반면 대형마트는 무려 52.9%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보면 누가 득을 본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대형마트로 소비가 더 쏠리고 골목상권 소상공인은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소상공인에게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면서 단 하루라도 소비자가 골목상권을 방문하는 기회로 삼는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구시에 "소상공인과 대형마트가 함께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시민단체 "대구시에 정책토론 제안"

한편 시민단체에서는 대구시의 발표가 지역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의 발표가 통계청의 자료와 너무 다르다며 시민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대구시가 사용한 방법은 특정 신용카드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통계청이 사용하는 가중치와 물가지수 및 매출액 분석과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4분기 시도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 판매 동향' 자료에 의하면 대구의 소매 판매는 -5%로 제주의 -7.4% 다음으로 감소 폭이 큽니다. 반면 대형마트의 소비 판매액은 0.2% 증가했습니다. 대구시가 비교 대상으로 내세웠던 부산의 소매 판매는 오히려 4.6% 증가했고 경북은 2.9%, 경남은 1.9% 증가했습니다. 시민단체는 이런 자료를 근거로 대구시가 자체 조사 결과를 왜곡해 정책 성과만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시의 발표대로라면 소매업은 활성화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정책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이유가 없어야 하는데,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현실은 대구시 주장과 정반대라는 겁니다. 대구시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많이 이용하는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의무 휴업일 변경과 편의성 증대에 대한 찬성이 높게 나왔다는 겁니다. 골목시장 상인과 주민, 대형마트 노동자는 설문 대상에서 배제해 조사의 중립성을 잃고 대형마트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봤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시의 발표가 서민경제의 현실을 왜곡하고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해서 결국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이 때문에 대구시의 발표에 대한 의문을 대구시가 제대로 해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반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대구시의 발표에 오류나 왜곡이 있다면 홍준표 시장이 사과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와 평가,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이해 당사자 및 시민단체, 학계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책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대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만큼 앞으로도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② '10월 항쟁 77주년' 무엇을 기억해야 하나?
대구 10월 항쟁이 77주년을 맞았습니다. 10월 항쟁은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대구에서 미군정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일어난 항쟁입니다. 당시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 식량 공출 시행에 반발해 대구 시민이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총격을 가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0월 항쟁은 대구를 넘어 경북으로 번졌고, 12월 중순에는 남한 전 지역으로 확산했습니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10월 항쟁 가담자, 보도연맹원, 예비 검속자들이 경산 코발트 광산, 가창골, 칠곡 신동재 등에서 군경에 의해서 집단 학살됐습니다.

예전에는 10월 폭동, 10월 사건 등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10월 항쟁이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었다는 진상규명 결과를 발표했고 2010년에는 국가 책임을 인정한 뒤 정부의 사과와 위령 사업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대구시도 10월 항쟁 위령 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지난 2016년 대구시는 관련 조례를 만들고 담당 부서를 지정해 진화위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희생자 유해 발굴, 평화공원 조성 및 위령탑 건립 등의 사업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에는 가창골이 있는 가창면 용계리 용계체육공원에 10월 항쟁 위령탑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에도 당국은 갖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위령탑이 세워진 지 3년이 지나도록 제막식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위령탑 근처에서 유해 발굴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5월 24일부터 3주간 유해 발굴을 했고 가창골에서 많은 희생자가 있었기 때문에 유족들은 최소 30구 이상의 유해가 발굴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유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1차 조사에서는 유해를 발굴하지 못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77주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 마련
10월 항쟁 유족회는 해마다 10월 1일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지냅니다. 2023년에는 추석 연휴로 인해 10월 6일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시내 중심가에서 65개 단체로 구성된 '10월 항쟁 77주년 행사위원회'가 대구경북시도민대회를 열었습니다.

'10월 항쟁을 기억하는 시민모임'은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달서구 진천동 도나의집에서 '그해 10월, 아버지를 만나러 갑니다'를 주제로 이재갑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엽니다. 이 작가는 20년 동안 경산 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과 대구 10월 항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과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10월 21일 '대구 노동자 역사기행-전평, 전태일, 전노협'을 개최합니다. 이날 행사는 10월 항쟁 중심지인 옛 대구경찰서 앞에서 대한방직~청옥공민고등학교~경산 코발트 광산을 답사합니다. 1946년 대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참상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 모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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