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으로 온 마을이 물에 잠겼던 대구 군위군.
당시 170mm가 넘는 비가 한 번에 퍼부으면서 굽이굽이 마을을 끼고 흐르던 남천이 휘는 곳마다 강둑이 터져 급류가 마을과 논밭을 덮쳤습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그동안 긴급 복구 작업이 계속 진행됐지만, 아직 무너진 둑에 임시제방도 완전히 쌓지 못한 상태인데요.
다시 많은 비가 예보되면서 주민들은 또 불안한 밤을 지새우게 됐습니다.
피해가 컸던 군위군 효령면과 부계면에 다시 가봤습니다.
강둑 옆 호두밭이 있던 자리는 거대한 모래사장이 됐습니다.
복구는커녕 뽑힌 전봇대가 나뒹굴고, 아직 치우지 못한 폐기물들이 박혀 있었습니다.
건너편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굴착기가 포대에 흙을 퍼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급한 대로 흙을 채워 넣어 만든 '톤백'을 쌓아 임시제방을 만드는 겁니다.
얼마 전 내린 비로 그나마 쌓아 놓은 제방마저 내려앉은 곳이 많습니다.
기재석/군위군 부계면 주민
"겁이 나죠, 뭐… 모래로 저렇게 해놓으니까 비 오면 쓱 밀어버리면 (제방이) 툭 터져버리고 툭 터져버리고 할 건데.."
밭 한편에는 진흙을 뒤집어쓴 채 고장 난 농기계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뜯겨나간 사육장에 새로 시멘트를 바른 게 불과 이틀 전인데 다시 망가져 버릴까 불안합니다.
겨우 살아남은 송아지들 또 어디로 대피시켜야 할까 주민들은 막막합니다.
박건환/군위군 부계면 신화1리 이장
"소 높이가 요만한데 물이 우리 허리까지 왔으니까… 비만 오면 지금 트라우마가 생기죠. 아래 비 와도 겁이 나고.. 그래도 방법이 없죠, 자연을 이길 수는 없고. 뭐 최대한 (대비)해서 임시 땜빵이라도 해야…"
집이 완전히 망가져 지금도 임시거처와 친척 집을 전전하고 있는 주민이 군위군에만 19가구 있습니다.
군위군을 포함한 대구·경북 전역에는 8월 31일까지 50~150mm의 비가 예보됐습니다.
특히 30일 아침부터 밤사이 시간당 30mm에서 최대 6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집니다.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 피해 복구는 더 더뎌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