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지난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0기 지방의회도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개원 이후 의회 운영을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원 구성에 나섰는데 곳곳에서 파행이 빚어졌습니다.

대구에는 9개 구·군의회가 있는데요. 지난주 모두 의장단을 꾸렸습니다. 대구 중구, 남구, 서구, 군위군의회는 임시회 첫날 구성을 마쳤는데요. 모두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의장단을 차지했습니다. 의원 7명 가운데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중구의회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싹쓸이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여야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문을 연 곳도 있는데요.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을 맡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의장을 맡는 식입니다. 대구 북구와 동구의회가 이렇게 의장단을 꾸렸습니다. 이렇게 조율이 된 곳은 다행인데, 아예 회의가 멈춰 서거나 의원이 퇴장하는 등 심각한 파행을 겪는 곳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파행을 겪은 곳은 달성군, 달서구, 수성구의회입니다.

먼저 달성군의회부터 살펴보면요. 국민의힘 주도로 상임위원회를 폐지했습니다. 달성군의회에는 의회운영위, 행정복지위, 경제건설위 3개 상임위가 있는데요. 국민의힘은 모두 없애겠다고 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로 안건을 통과됐습니다. 달성군의회는 그간 상임위가 없다가 지난 9대 의회 후반기에 상임위를 만들었습니다. 2년 만에 폐지한건데요.
국민의힘은 전체 12명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면 더 깊이 안건을 심의할 수 있고, 의원 개인에게 들어오는 민원도 빠르게 쳐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상임위는 각종 안건이 본회의를 거치기 전 단계인데요. 상임위를 통해 의원들이 집행부에 대한 예산이나 행정 감사를 보다 전문성 있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와 군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상임위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폭거"라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달성군 한 해 예산이 1조 3천억 원을 넘는데요. 예산이 달성군보다 훨씬 적은 기초의회도 상임위를 두고 있습니다. 대구참여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도 "상임위가 없다면 의원들은 형식적으로 의정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달서구 의회는 의장단 구성이 가장 늦었는데요. 지난 9대 때보다 5석을 더 가져온 민주당이 "비율에 맞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야 한다"라고 요구하며 사흘간 정회를 거듭하다가 국민의힘이 의장을, 민주당이 부의장을 가져가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수성구의회도 파열음이 상당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석수가 13대 8이거든요. 애초 민주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요구했는데, 국민의힘이 수용하지 않았고 임시회 도중 민주당 측이 모두 퇴장한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단독으로 의장단을 꾸렸습니다.
막강한 권한과 개인의 정치적 셈법

의장과 부의장이 뭐길래?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텐데요. 한마디로 ‘장’들의 권한과 개인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의원들과는 무게 자체가 다릅니다. 의원들은 월급처럼 의정 활동비와 월정수당을 받고요. 의정 운영 공통 경비도 쓸 수 있데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은 여기에 업무추진비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의장에게는 전용 차량도 배정됩니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공천’에 있습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천받고 또 당선되려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시민에게 눈도장을 찍어야겠죠.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면 하나의 타이틀이 생기는 셈이니,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자리 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힘겨루기가 가능한 것 자체가 큰 변화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대다수였던 직전 9대 때는 시도조차 어려웠던 일이었는데, 이번 10대 때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이 눈에 띄게 늘면서 양당 간 견제와 균형이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명분일 뿐이고, 정말 개인, 그리고 당을 위한 전형적인 감투싸움은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겠죠. 또 정작 민심은 뒷전으로 미뤄뒀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기초 회의의 중요성은 기관장 견제는 물론이고 지역민의 현실적 요구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기구 아니겠습니까? 우리 시민들이 기초의회에 관심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역대급 부실수사?! 장윤기 사건 논란

지난 5월 5일 새벽 0시 10분쯤, 23살 장윤기가 집으로 돌아가던 17살 고등학생, 이채원 양을 살해했습니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자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습니다. 사건 당일 오전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경찰은 5월 14일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장윤기를 검찰에 송치했는데요.
사건 당일 경찰에 체포된 장윤기와 피해자가 일면식도 없었기에 묻지마 살인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지만, 이후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가 범행 동기로 속속 드러났습니다.

장윤기는 이틀 전인 5월 3일에 교제를 거절한 지인을 성폭행하고 스토킹으로 신고당하자, 흉기를 구매해 지인을 찾으러 배회하다가 찾지 못했고, 길거리에서 채원 양을 발견해 1km를 따라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행 직후 미리 찾아둔 빈집으로 숨고, 인근 무인 빨래방에서 혈흔이 묻은 옷을 세탁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경찰 간부, 유착·은폐 의혹 커져

장윤기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급, 경감입니다. 검찰 조사를 통해 초동 수사를 맡았던 광주 광산경찰서와 이 아버지 사이에 수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수사팀이 구속된 장윤기와 아버지가 여러 차례 통화하고 면담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줬고요.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을 언제 청구할지,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언제 열리는지 같은 수사 기밀도 미리 전달한 정황이 나왔습니다.
장 씨 아버지는 아들이 사는 집 주소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경찰이 주소와 집 비밀번호도 알려줬습니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장 씨 아버지가 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장윤기 차량에서 사람을 묶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케이블타이가 나왔는데도 경찰은 이를 챙기지 않았고요. 차량을 넘겨받은 아버지는 케이블타이를 자택으로 옮겼습니다. 장 씨 아버지는 장윤기 집에 있던 사람 형태의 성인용품, 이른바 ‘리얼돌’을 없앤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케이블타이가 촬영된 수색 당시 영상을 지우라는 지시가 윗선으로부터 있었다, 수사팀 소속 경찰관이 아버지에게 본인이 경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고 알려줬다는 진술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6명을 대기발령 조치했는데요. 지난 8일, 당시 형사팀장이었던 박 모 경감이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수사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에 향하는 비판, '보완수사권' 폐지 괜찮나?

경찰을 향한 비판이 거센데요. 이 일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보완 수사권은 경찰이 수사를 해서 검찰에 사건을 넘기면 검사가 이를 들여다보고 추가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2020년부터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 대부분이 경찰로 넘어간 상태고, 지금은 보완 수사권이 검찰에 남아 있는데요.
오는 10월부터 검찰의 기소 기능만 남기는 공소청, 그리고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새로 출범할 예정에 맞춰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보완 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불거진 겁니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겼는데요. 검찰이 보완 수사권을 통해 다시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강간 등 살인이라는 더 무거운 혐의로 바꿔서 기소했죠.
단순 살인의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간 등 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앞서 설명해 드린 경찰인 아버지와 수사팀의 유착 의혹까지 드러난 겁니다. 그러니 검찰에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살인 혐의만 적용돼 재판을 받고, 지금 불거지고 있는 논란도 조용히 묻혔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인 거고요.
다시 시작된 검경 수사권 신경전, 결론은?

보완 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수사를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다고 주장해 왔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보완수사권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목소리가 강합니다.
대검찰청도 이번 사건을 통해 검사의 보완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 지연과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도 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속내가 좀 복잡합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유감을 나타내며 사과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을 발단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계속 유지하자는데는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이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검찰 조직의 마지막 권한을 지키기 위한 조직적 여론전으로 비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보완 수사권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9일, 광주경찰청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청장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지만, 보완수사권마저 없으면 경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당 TF 차원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대신 보완수사 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기로 했습니다.
장윤기 사건 이면에 숨겨졌던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와 검수완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데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법 제도의 구멍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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