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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학교'는 팔아도 '처벌'은 없다···13년째 구멍 난 사립학교법

심병철 기자 입력 2026-05-05 14:00:00 조회수 31

현행법상 학교는 사고팔 수 없습니다.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을 엄격히 관리하며, 이를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때 교육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경북 경산의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은 이러한 법의 취지를 비웃듯 '영업권 양도'라는 교묘한 이름 아래 사실상의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거래 금액은 무려 110억 원에 달합니다.

110억 원에 팔린 학교···뉴질랜드 부동산과 맞교환
사건의 발단은 202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의 학교법인 이사장은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 사업가에게 학교 운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명목은 '영업권 양도'였으나, 실상은 학교법인이 보유한 유동자산, 부동산, 부속기관 일체를 사업가 소유의 뉴질랜드 소재 건물과 맞바꾸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상 학교라는 공공재를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취급하여 '교환'을 한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110억 원이라는 가액이 책정되었고,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 온 공적 가치는 자본의 논리 아래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2011년 취약계층의 고등교육을 위해 설립된 이 대학의 건학 이념은 15년 만에 무색해진 것입니다.

'한 지붕 두 총장'···마비된 학사와 혼란의 소용돌이
자본을 투입해 학교 운영권을 쥔 새 이사장은 취임 직후 새로운 총장을 선임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됐습니다.

선임된 지 단 한 달 만에 이사장과 총장 사이의 불화로 총장이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해임된 총장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25년 1월 법적 소송 끝에 복귀했습니다.

현재 학교의 상황은 참담합니다.

법인이 내세운 '총장 대행'과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복귀한 '현 총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입니다.

학교의 의사결정을 상징하는 총장 직인조차 두 개가 만들어져 각기 사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심각한 학사 마비가 이어졌다"며 "총장과 이사장의 직인이 각각 두 개씩 존재하는 과정에서 교직원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로 직인 문제로 인해 교육부 신고 업무와 행정 절차가 차질을 빚으며 대학의 정상적인 기능이 훼손된 상태입니다.

법의 허점···2013년 대법원판결이 남긴 '치외법권'
이처럼 명백한 '사학 매매'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립학교법의 치명적인 구멍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은 학교법인의 경영권을 양도하며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에 '경영권 양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판결은 이후 사학 매매의 '면죄부'이자 사실상 '가이드라인'이 됐습니다.

기본재산인 토지나 건물을 직접 파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운영권'이나 '경영권'을 넘기고 뒷돈을 받는 행위는 법망을 피해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한국복지사이버대의 사례 역시 '영업권 양도'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방관하는 교육부···"규정 없다" 되풀이뿐
감독 기관인 교육부의 태도는 무책임합니다.

2025년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번 거래의 위법성을 알리는 공익신고가 접수되었으나, 교육부의 답변은 싸늘했습니다.

해당 거래가 경영권의 변동일 뿐 기본재산의 소유권 변동이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심지어 총장 직인이 두 개가 사용되는 비상식적인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법인이 총장 대행을 내세웠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교육부는 대구문화방송의 보도가 나간 뒤에야 총장 측의 직인 변경 신고를 수용하는 등 뒷북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재진의 해명 요구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안 됐다"는 변명으로 답변을 피했습니다.

연간 8조 원의 혈세···그리고 무너진 공공성
사립대학교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정부는 매년 전국 350여 개 사립대학에 약 7~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합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유는 대학이 가진 교육의 공공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틈타 학교가 수백억 원대에 거래되는 현실은 사학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방증합니다.

운영권을 산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학사 운영보다는 시세 차익과 수익 창출에 골몰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교육의 질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3년의 입법 공백···이제는 끝내야 한다
대법원판결로 사법적 공백이 확인된 지 13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교육부는 사학 매매를 원천 봉쇄할 사립학교법 개정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와 같은 사례가 나왔고, 학교 구성원들은 법적 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학 매매는 단순히 운영권의 주인이 바뀌는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의 근간을 흔들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범죄적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경영권 양도를 빙자한 금품 수수를 엄벌하고, 사학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사학은 '무법지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육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국회의 조속한 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 # 교육부
  • #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 # 사립대학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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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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