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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③ 40kg짜리 인형은 어디로 갔나?···교육청 혈세는 눈먼 돈?

권윤수 기자 입력 2025-11-25 11:10:16 조회수 686

◀앵커▶
대구의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에서 학대 사건이 발생했지만 교육 당국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제2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해당 학교의 학교장이 태권도부 감독 교사 시절 교육청 예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보도에 권윤수 기자입니다.

◀기자▶
2022년 4월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한 대구의 한 고등학교.

그해 3월에 부임한 학교장은 바로 직전 2022년 2월까지 태권도부 감독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장이 감독 교사 시절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예산을 학생을 위해 쓰지 않고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태권도 관련 시민단체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시 교육청은 이 학교 태권도부에 2020년에 3,300여만 원을 지원하는 등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해마다 3,000만 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했습니다.

태권도 대회에 출전할 때 쓸 숙박비와 식비, 운동용품 구입비 등으로 지원받았습니다.

그런데, 예산 항목 중 전자 발등 센서 구입비가 있는데, 학부모들은 이 센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2021년 재학생의 학부모▶
"전자 발등 센서는 각자 발에 맞는 것이기 때문에 공용으로 쓸 수 없는 거고, 자기가 구매하는 것으로 (자녀가) 중학교 때부터 저는 알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학교장과 함께 재직한 태권도부 코치도 발등 센서는 학생에게 지급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태권도부 코치▶
"발등 센서는 공용으로 쓰는 게 아닙니다. 이거는 어느 팀에 한 번 질문해 보세요. 발등 센서는 공용으로 쓸 수가 없거든요."

교육청에서 지급받은 발등 센서를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되판 정황까지 확인됩니다. 

횡령 의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또 다른 자료에는 학교장이 감독 교사 시절인 2021년과 2022년 200만 원짜리 노트북 컴퓨터와 129만 원짜리 태블릿 PC를 구입한 걸로 나와 있습니다.

2022년 초엔 높이 170cm, 무게 40kg의 176만 원짜리 연습용 보조 인형을 2개나 구입했습니다.

학생들과 코치 모두 이 고가의 물건들을 단 한 차례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태권도부 코치▶
"인형 자체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22년도 구입 목록으로 나와 있던데···"

학교장을 찾아갔습니다.

태권도부 예산으로 구입한 태블릿 PC가 태권도부에 남아 있냐고 묻자 현재 자신이 쓰고 있다며 책상 위에 있던 걸 가져와 태연히 보여줍니다.

◀학교장▶
"당시에 제가 운용의 묘를 위해서 (구입했는데) 제가 쓰고 있다고··· 지금 이거는 (행정실에) 등록 다 되어 있습니다."

◀기자▶
"운용의 묘를 위해서 쓰실 거면 태권도부에 있어야지, 교장 선생님께서 지금 운용의 묘를 발휘하시는 분은 아니잖아요."

노트북 컴퓨터는 긴급한 결제를 위해 자신이 집에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게 40kg짜리 연습용 인형에 관한 해명은 더욱 황당합니다.

학생들이 쓰다가 찢어져서 버렸다고 했습니다.

◀학교장▶
"보조 인형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소모품입니다. 소모품이면 몇 년 쓰다가 펑크가 나서 찢어져서 버릴 수도 있었고··· 아이들이 쓰는데 그 공기를 넣어서 쓰는 겁니다."

학교 운동부에 지급된 교육청 예산이 특정 개인을 위해 쓰이거나 물품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

대구시 교육청은 발등 센서 같은 용품은 소모품이어서 일일이 검수가 어렵고, 고가의 장비들은 학교에서 자체 점검하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어떤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행정실에서 검수 작업이 이뤄지고, 자체적으로 연말에 자율 감사를 통해서 학교 내부적으로 (감사한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구시 교육청은 부랴부랴 해당 학교 태권도부 예산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권윤수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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