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3년 전 발생한 대구의 모 고등학교 태권도부 아동 학대 사건으로 감독 교사가 1심과 2심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라는 무거운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해자들은 태권도를 포기하는 등 지금까지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사과·반성은커녕 처벌이 무겁다며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더욱이 관리 감독에 책임이 있는 학교장은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교육 당국도 사건 발생 3년 뒤에서야 뒤늦게 문제점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권윤수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2022년 4월, 대구의 한 고등학교 태권도부에 갓 부임한 감독 교사가 학생들에게 선정적인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노출 의상을 입은 남녀 댄서들이 춤추는 장면이었고, 학생들을 앞으로 불러 세워 춤을 따라 추라고 지시했습니다.
◀피해자 (2024년 12월)▶
"갑자기 사람 많은 데서 (춤을 추라고) 시키시니까 수치스럽기도 하고, 좀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학부모들은 학교에 진상 규명과 교사 징계를 요구했고,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뒤인 그해 10월 성고충심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사법부 판단은 180도 달랐습니다.
2024년 11월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게 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가해 교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4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 아동 관련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습니다.
가해 교사가 항소했지만, 최근 2심 재판부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1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을 '5년간'에서 '2년간'으로 줄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에서는 물론 당심에서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가해 교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가해자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 사이 피해자들의 삶은 망가졌습니다.
재판에 참여한 피해자 4명 중 3명은 꿈이자 희망이던 태권도를 그만뒀습니다.
다른 전공을 찾을 길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부모▶
"(아들이) 자존감 자체도 없고, 무기력해요. 뭐 하고 싶은 의욕도 없고, 그냥 될 대로 되겠지 약간 좀 그런···"
전국 대회 상위권에 오르는 등 전도유망했던 선수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대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피해자 부모▶
"올림픽 금메달 꿈나무였고, 그리고 운동도 상당히 잘했고, 전국의 탑 정도로 우수했는데, 모든 걸 포기하고 지금 있는 거 보면."
피해자들은 태권도를 그만둔 이유가 학교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학교의 태권도부 감독 교사 출신으로, 한국 중고등학교 태권도연맹 간부인 교장의 태도가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했습니다.
학대 사건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재판에 넘기지 않게 하려고 피해 학생들을 한 명씩 따로 불러 회유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교장과 학생과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학교장은 "태권도연맹의 간부여서 대학교수와 연결돼 있다"라거나 "너의 보증을 서주겠다"라고 압박했습니다.
"졸업 후 평판"을 언급하고 "내가 퇴직 이후 태권도 쪽에 안 갈 수 없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사건 초기 조사에선 피해를 호소한 학생이 10명 가까이 됐지만, 지금은 4명밖에 없습니다.
학교장 말에 회유된 일부 학생들은 사건화하길 포기한 뒤 지금도 태권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장은 "피해자를 위로하고 다독여줬을 뿐 회유한 적은 없으며, 사건을 인지한 뒤 매뉴얼대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 측은 물의를 일으킨 감독 교사를 징계위원회에 부치지 않고, 개인적 사유로 그만두는 걸로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학교장과 감독 교사는 같은 고교, 같은 대학 출신입니다.
◀학교장▶
"기간제 (교사)가 수업을 못하면 이거는 생명이··· 그냥 거의 하루이틀 정도는 뭐 우리가 뭐 또 기다려 줄 수도 있겠지만···"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교육청은 학교나 학교장을 상대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부당함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답은 "사립 학교 재단이어서 교육청이 징계할 수 없다"였습니다.
◀대구시 교육청 감사관▶
"거기에 대해서는 조치된 것은 없습니다. 그 기간제 교사(가해자)는 우리 교육청 사람이 이제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어떻게 그 사람한테 조치할 수는 없어요."
취재가 시작되자 교육청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제서야 사건 당시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겠다는 겁니다.
사건 발생 3년이 지나서야 교육 당국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학교와 교장에 대한 교육청의 조사가 강도 높게 이뤄질지 피해 학생과 가족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MBC 뉴스 권윤수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그래픽 한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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