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여러 목표 중 하나가 코스피 5000시대였습니다. 주식시장 저평가 해소와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적 의지를 담은 상징적 수치이기도 하고,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일단은 '순항' 출발을 보입니다.
국내 증시가 새 역사를 썼습니다. 9월 10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1.67% 오른 3314.53를 기록해 지난 2021년 7월 6일 최고치였던 3305.21를 4년 2개월 만에 넘었습니다. 이어 9월 11일에는 3,344.20로 장을 마감했고, 9월 12일에는 3,395.54로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 기록을 사흘 연속으로 세웠습니다.
2025년 코스피 상승률은 G20 국가 중 가장 높습니다.
코스피 상승, 견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내 정치적인 상황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국내 증시는 상승 국면을 보였다가 떨어졌다가 9월 들어 다시 회복하는 추이입니다. 일을 놓고 보면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고, 원 ·달러 환율도 안정되면서 변동 폭도 줄었습니다. 물론 지난 7월 말에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왔습니다.
세제 개편안 내용 중 뜨거운 감자는 바로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으로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 대주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는데요.
그런데, 여당도 유지 의견을 정부에 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걱정을 듣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면 ‘NO’”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면 굳이 10억 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국회에 논의를 맡기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특히 증권 업종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정부가 시장 친화적인 기조에 증시가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내 상승만 보이지 않겠지만 2025년 말이면 3500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35%로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상장사 주식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서 분리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건데요. 자본이득 세율이 25%인데, 배당소득 세율이 이보다 더 높으면 대주주는 배당을 늘리는 것보다 주식을 매각하는 게 유리해서 배당 확대를 유인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도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말해서요. 최고 세율이 35%가 아닌 시장 기대치인 25% 수준으로 낮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도 변수로 꼽힙니다.
주식시장 활성화, 경제 체질 바꾸나?
중요한 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여전히 노동을 통한 임금 등이 중요한 다수의 서민을 위해서는 다른 데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요. 이재명 정부 정책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에 묶이고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 증시로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부동산에 돈이 쏠려 가계의 대출 부담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주가가 올라 자산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또, 투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일단 '증시' 측면에서 순항하고 있는 새 정부 경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국민의힘 전원 반대, 시의회 문턱은 높았다
주민 청구로 발의된 박정희 기념 사업 폐지 조례안은 대구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주민조례 청구는 일정한 수 이상의 주민들이 연서로 해당 자치단체 의회에 조례를 제정, 개정 또는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선거권이 있는 만 18세 이상 시민이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기념사업 폐지 조례에는 만 4천 7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대구시의회 의장이 주민청구를 받아들여 발의해 상정했고요. 지난 9월8일 해당 상임위인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심의했는데요. 조례 폐지안을 반대, 그러니까 박정희기념사업 폐지에 반대한 사람은 윤영애 위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5명, 찬성은 더불어민주당 육정미 의원 1명으로 부결됐습니다.
다만, 주민조례 청구는 다른 안건과 달리 상임위 의견과 관계없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데요. 9월 12일 본회의에서 심의됐습니다. 하지만, 이견이나 이탈은 없었습니다. 전체 의원 33명 중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2명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주민 참여 취지 무색
주민조례 청구는 13년 전인 2012년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 이후 두 번째였는데요. 당시에도 강제성 없는 조례로 수정 가결돼 청구한 단체가 반발했는데요. 이번에도 주민들이 청구한 조례 심의 과정에 청구인 대표의 진술권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분명 시민 생활에 필요한 조례 제정에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가 있었을 텐데, 과연 그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옵니다.
‘독선’이라더니 진영 눈치 보기?
2024년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를 발의했을 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은 물론이고 해당 조례 심사를 맡았던 대구시의회에서도 여러 비판이 나왔습니다. 근거가 부족하고, 내용이 부실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의회에 넘겼다, 독단이자 독선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념 사업 추진위를 설치하라는 조항을 추가해 수정, 가결했습니다.
대구시가 추가 동상 건립은 보류했지만, 여전히 동상 존치를 두고는 논란이 이어지게 됐는데요. 동상 설치가 불법이라는 국가철도공단과 대구시의 소송 결과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습니다.
KT마저 털렸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충격이 가기도 전에, KT에서 '유령 기지국' 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났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소액결제 피해 278건이 발생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로 소액결제가 이뤄졌다는 피해는 경기도 광명, 부천시, 서울 금천구, 영등포구 등 수도권 특정 지역에서 발생했고, 피해액은 1억 7천만 원에 달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자, 경찰이 KT 측에 알렸지만 '해킹은 불가능'이라는 태도를 고수하다가 최초 신고 열흘이 지나서야 홈페이지에 관련 공지 사항을 게시한 점 등으로 KT가 늑장 대응 내지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초소형 기지국’ 무방비에 놓인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피싱 등의 피해 우려가 큰 것도 문제지만, 이번에는 피해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실제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만만치 않습니다. 초소형 기지국은 신호가 약한 곳에서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하는데요. 정부 조사단은 소액결제 범행에 해커들이 이 초소형 기지국을 이용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해커들이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만든 뒤에 KT 기지국과 휴대전화 사이에서 신호를 빼냈고,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서 ARS 인증 방식으로 가입자 몰래 온라인 상품권 등을 구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소형 기지국 장비는 다른 통신사에서도 사용되고 있는데, 정부는 추가로 '유령' 기지국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차량 등에 실어서 이동하며 범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어서 정부가 통신사에 신규 초소형 기지국의 통신망 접속을 전면 제한하도록 조치했습니다. 해커가 아니라 내부 소행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만큼 목적, 경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