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포항철강공단 '구무천' 생태복원 사업이 최근 느닷없이 중단되면서 완공된 170억 원짜리 오염토 정화시설을 2년이나 놀리게 생겼습니다.
한시가 급했던 하천 퇴적토 수은 정화 작업은 예정보다 4년 늦어지게 됐습니다.
포항시는 설계 변경과 추가 예산 확보를 이유로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총체적인 부실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장성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24년 2월, 포항 MBC는 포항시가 추진 중인 구무천 오염토 정화 사업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
수은 제거라는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정화 시설 가동이 당초 예정보다 2년이나 늦어지고, 사업자 선정 과정에도 특혜 의혹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포항시는 국내 첫 사례여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2월 중에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경운 포항시 환경정책과장(지난 2월 22일)▶
"전국 최초로 이런 사업을 하면서 환경부의 기준이라든지 이런 게 없다 보니까 사업 초기에는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넉 달이 지난 지금, 오염토 정화시설은 여전히 멈춰 서 있습니다.
포항시가 최근 정화시설을 포함한 구무천 생태복원 사업 전체를 중단시키는 바람에 오염토를 가져올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설계에는 오염토 준설 이후 수은 안정화 공정이 빠져 있어,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정부 예산 50억 원을 추가 확보해 보완한다는 게 포항시의 설명입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예산을 승인하더라도 사업 재개는 2026년,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 (환경공학 박사)▶
"(수은 안정화 공정은) 충분히 논의됐었다 이미 1단계에서도. 그런데 이게 본 사업에서 왜 누락되게 됐는지…건물을 짓는데 지하실 어떻게 할 건지 생각 안 하고 지어 놓고 나중에 지하실 빼먹었다 이것과 같은"
구무천 생태복원과 함께 철강 공단의 환경개선 사업으로 추진 중인 형산강 완충 저류시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430억 원 규모로 현재 공정률 90% 단계인데, 뒤늦게 안전 관련 설계를 강화한다며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정부에 124억 원의 추가 예산을 신청해 놓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항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사업 지연과 부실 설계 등 포항시의 안이한 환경 행정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최해곤 의원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시민들은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불안에 떨고 있고 아직도 오염토 준설도 못 하고 있는데 또다시 '힌남노' 같은 태풍이 오면 결국은 오염토가 형산강으로 들어가서 2차, 3차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겠습니까?"
◀김상민 의원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가장 중요한 것은 100억이 넘는 핵심 정화시설을 지어 놓고 준공을 사실상 했는데 성능에 관한 보증을 테스트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포항시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처음 하는 사업이라 어려움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고원학 포항시 환경국장▶
"국내에서도 사례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거의 사례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서는 공무원들이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워서 전문가 회의를 계속하고 있고"
포항시의회는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정화 시설에 대한 성능 검증 등 시정 조치를 요구는 했지만 부실과 비리 의혹에 대한 자체 특위 조사나 감사 청구는 하지 않아 형식적인 감사라는 지적입니다.
한편 포항시는 이번 사업에 대해 현재로선 자체 감사 계획이 없지만 추가로 문제가 드러나면 감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MBC 뉴스 장성훈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