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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대구에서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공연 금지? "예술 자유 침해한 검열"


◀앵커▶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베토벤 교향곡을 종교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공연 금지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지역 예술인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철우 기자, 4월 20일 이 내용과 관련해 대구 도심에서 시위가 있었다면서요?

◀기자▶
대구의 음악인, 음악애호가들은 20일 동성로에서 대구시 종교화합위원회의 극단적인 종교 편향 판정 때문에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에 대한 공연금지 결정이 났다며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대구를 제외하고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립예술단이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공연하지 못하게 한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결정은 검열이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종교적 성향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오히려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시위에 나선 박수원 전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은 공연 금지를 철회하고, 예술공연에 대한 모든 검열을 중지하는 한편 대구시에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 대신 공개적인 TV 토론에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유독 대구시에서만 세계적인 예술작품에 대한 공연 금지 조치가 내려진 건, 대구시 조례에 따라 설치된 종교화합위원회가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앵커▶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이창환 대구 예총 회장은 예술의 공연을 순수 예술로 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만장일치라는 제도는 신라의 화백제도 이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시는 대구 예총과 함께 종교계, 학계 등과 더불어 헌법이 보장한 예술의 자유를 지키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베토벤의 대표 교향곡 '합창'은 앞으로 대구에서 공연하지 못하는 겁니까?


◀기자▶
당초 이 공연을 준비했던 곳은 수성아트피아입니다.

수성아트피아는 1년 4개월 동안 낡은 시설과 설비를 보강해서 5월 1일 재개관 공연을 준비해 왔는데요, 아트피아는 재개관 기념 공연으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을 선정했고 대구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에 공연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4월 초, 그러니까 재개관 공연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대구시립예술단을 관리하는 콘서트하우스로부터 공연 불참을 통보받은 겁니다.

대구시립예술단이 공연을 하려면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위원회에서 부결 결정이 난 겁니다.

이유는 합창 가사 중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건데요.

대구시 조례로 설치 운영하는 종교화합심의위원회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위원 가운데 한 명만 반대해도 공연은 못 하게 됩니다.

종교계 인사 한 명이 반대한 것인데요, 반대한 이유도, 회의 내용도 모른 채 한 명의 반대로 시립예술단의 공연은 불허된 겁니다.

종교 편향 시비나 만장일치 등은 조례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대구시립예술단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성아트피아는 급히 민간 연주단체에 오케스트라를 맡기고 구미시립합창단에 의뢰해서 우여곡절 끝에 재개관 공연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합창은 '영웅', '운명'과 더불어 베토벤 3대 교향곡으로 꼽히는 곡인데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종교 편향을 지적하면서 부결시켰다는 사실이 대구 MBC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방성택 대구음악협회장은 예술을 종교로 접근하면 국악 연주든 오페라 연주든 공연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반발하고 있고 종교화합심의위원들조차 사실상 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도 않는 위원들이 있을 정도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만장일치라는 조항 때문에 이런 문제는 그간 반복돼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구의 종교화합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만장일치라는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조항과 적용 때문에 대구에서는 베토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김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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