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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종교 편향?···"공연 못 해"

◀앵커▶
베토벤의 대표 교향곡 가운데 하나 '합창'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를 대표하는 시립예술단에서는 더 이상 연주를 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가사 중에 '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대구시 조례로 설치 운영하는 종교화합심의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어떤 사연인지 김철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성아트피아는 재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낡은 시설과 설비를 교체하고 1년 넉 달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합니다.

그런데 재개관에 맞춰 야심 차게 준비하던 공연이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만나 공연 무산 위기에 처했습니다.

◀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팀장▶ 
"(대구시) 조례상 설치된 위원회에서 부결 판정을 해주셔서··· 연주자들도 아쉬워하시거든요"

부결 판정을 받은 것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입니다.

'영웅', '운명'과 더불어 베토벤 3대 교향곡으로 꼽히는 곡인데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종교 편향을 지적하면서 부결시킨 겁니다.

가사에 '신'이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것이 부결 이유입니다.

이 결정으로 교향곡을 연주할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불참이 결정되면서 공연 성사 여부가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합창을 공연하려면 시립예술단이 아닌 시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에서 공연을 해야 합니다.

문화예술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방성택 대구음악협회장▶ 
"예술을 종교로 접근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국악 연주라든지 오페라 연주라든지 오페라도 종교적으로 관련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만장일치가 아니면 부결되기 때문인데 유독 9명 위원 가운데 한 명이 부결시킨다고 합니다.

◀종교화합심의위원▶ 
"한 종교(심의위원)에서 이걸 자꾸 문화예술 이런 측면을 종교적인 이런 쪽으로 끌고 들어와 버리니까, 좀 이해하고 좀 (승인)해 줄 때까지 기다리자 기다리자 그랬는데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그래서 저도 과연 이런 협의체에 제가 계속 참석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만장일치 조항 때문에 이런 문제는 그간 반복돼 왔습니다.

◀정일균 대구시의원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베토벤 교향곡을 종교 편향성 문제 때문에 공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요. 만장일치라야 된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조례를 개정해서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장일치라는 구시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조항과 적용 때문에 대구에서는 베토벤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MBC NEWS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종준, CG 김현주)

김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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