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골목길에 무슨 일이?
대구 남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골목길 끝에 주택 한 채가 있습니다.
약 30년 전부터 몸이 불편한 어르신 두 분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길은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비가 내린 지난 12월 15일에는 우산을 펴고 걷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짐이 있거나 자전거라도 지나가려면 여간 곤혹스럽지 않습니다.
골목 안쪽 집 주민 "저 안에 자전거로 이렇게 무거운 걸 좀 시장을 봐온다든지 필요한 걸 자전거 이걸로 내가 오늘 이렇게 하는데(움직이는데) 자전거 통행이 불가능하니까···"
최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할머니는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데 퇴원을 해도 걱정입니다.
골목 안쪽 집 주민 딸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계속 꾸준히 다니셔야 되는데 휠체어를 이용조차 할 수가 없어서 저희가 병원을 어떻게 모시고 다녀야 할지 그것도 걱정이에요."
집으로 가는 유일한 길, 폭은 겨우 65cm에 불과합니다.
수십 년 별문제 없이 이용해 오다 2023년 6월 울타리가 설치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험난한 길이 돼 버렸습니다.
사유지에 난 도로 '사실상 도로'
길은 사유지를 지나갑니다.
땅 주인은 그동안 진입로를 쓸 수 있게 배려했지만 사생활 보호와 재산권 행사를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땅 주인 "통행할 수 있는 어떤 범위 정도를 남겨 놓고 저희가 이제 활용하기 위해서 저희는 이제 그걸 배려를 해준 거거든요."
사유지이지만 오랜 기간 도로로 써 온 곳을 '사실상 도로'라 부릅니다.
'사실상 도로'는 얼마나 있나? 현황 파악도 제대로 안 돼
국토연구원에서 최근 내놓은 '사실상 도로의 관리를 위한 기초 현황 분석 연구'를 보면 사실상 도로는 대구에만 약 61만에서 71만㎡로 추정됩니다.
전체 도로가 262만 5천㎡쯤 되니까 대략 23.5%에서 27%가 해당합니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하지만 이거도 추정치일 뿐 정확한 현황 파악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련 민원도 잇따라 2019년과 2020년 대구에서만 145건 접수돼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해결책은?
국공유지가 아닌 사유지에 난 '사실상 도로',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문제는 개인 땅을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다 보니 쏟아지는 민원에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겁니다.
앞선 사례에 대해 관할 지자체인 대구 남구에 문의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 "소유자 쪽에는 설명도 한번 드리고 말씀은 드렸는데 저희가 강제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권한 자체는 없는 그런 상황"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매입 같은 조치가 필요하지만 당장은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앞서 연구를 진행한 국토연구원 측 의견입니다.
김승훈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실상 도로가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그런 현황들을 먼저 파악을 해야 됩니다. 그다음에 이제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이제 제도 개선이라든가 그런 여러 가지 정책 제안들을 정책 개발들을 좀 해나가야 될 것 같아요."
재산권이냐 도로 통행 기본권이냐, 땅 주인과 이용 주민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