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내 아무 말 없다 '갑툭튀' 대구 경북 행정통합
홍 시장은 대구시장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7월 5일 취임 기자회견)▶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 행정 통합을 한다? 나는 그게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공직 축소와 시군 기초단체장의 임명직화, 정치권 문제 등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7월 5일 취임 기자회견)▶
"통합을 하고 나면 공무원이 한 3분의 1은 줄어들어야 되겠죠. 그렇죠? 그리고 산하단체가 적어도 절반, 3분의 1은 줄어야 하겠죠? 감당할 수 있습니까? 국회의원들이 자기 지역구가 전부 없어지고 엉망이 되는 판인데 동의할까요?"
그리고 이어진 대구시 조직 개편에서 대구·경북 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을 폐지했습니다.
그런데 2년 지나더니
이후 2년 가까이 잠잠하던 행정통합 논의는 한 달 전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4월 24일부터 29일 홍 시장은 대구 자매도시인 중국 쓰촨성 청두시를 방문했는데, 이후 대구·경북 국회의원 당선인 모임에서 통합을 제안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4년 5월 17일)▶
"청두시 자체가 2,500만입니다. 대구의 10배입니다. 그래서 청두시에서 돌아오면서 우리도 대구·경북도 통합하는 게 맞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날 홍 시장은 SNS에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를 제시하며, 오랫동안 생각해 온 개편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홍 시장이 오랜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통합의 한 축인 경상북도 이철우 지사와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6월 10일)▶
"(홍 시장이 취임 뒤) '이게 말이 되느냐' 해서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중단되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 같고, 중국에 다녀오시면서 저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 '도지사가 다시 한번 얘기했으면 좋겠다.'"
홍 시장은 행정통합 반대에서 추진으로 입장이 바뀌었지만,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이나 설명은 없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다음번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이슈 던지기에 불과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전에 했던 발언에 대한 사과 이런 것들이 전제되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의 시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는 지역 상생 방안의 하나로 추진돼 왔습니다.
그런데, 취임과 함께 강한 비판으로 논의 자체를 중단시킨 홍 시장이 왜, 어떻게 다시 추진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2026년 구체적인 통합 시점까지 제시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지난번과 뭐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2년 전만 하더라도 '난센스 중에 난센스'라며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만 최근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추진하던 통합은 양적 통합이었고 지금은 질적 통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양적이고 어떤 게 질적인지 찾아봤습니다만 과거 통합을 추진하던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관계자들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설명은···
그래서 최근 홍 시장의 언급 위주로 찾아봤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8일 도(道)는 필요 없는 시대가 됐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2단계로 개편해야 한다며 대구·경북 통합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임 시장 시절 추진하던 행정통합은 양적 통합이고 이번에는 질적 통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5월 20일 기자간담회)▶
"지난번에 할 때는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하고 대구를 특례시로 하고'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잖아. 그래 하면 3단계 행정통합이야. 3단계 행정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그거는 아무 통합에 의미가 없어요."
지원 기관인 도를 없애고 집행기관인 시가 돼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지난번 추진 때도 그랬지 않나?
전임 시도 지사 역시 도가 아닌 시 중심의 통합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2021년 3월 6일)▶
"세계화되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도시화율이 얼마냐 이겁니다. 도시로 가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 (2021년 3월 6일)▶
"경상북도에 있는 시·군들도 광역 특별시민이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나쁜 게 하나도 없다고 보고요. 그렇게 가야 행정체계 조정도 좋습니다."
형식은 그렇지만 설마 내용까지?
홍 시장은 또 중앙정부의 권한을 가져오되 처음부터 모두 챙길 수는 없다며 '선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4년 6월 5일)▶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을 권한 그리고 경제적인 이익 또 지역적인 이익을 전부 챙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처음부터 전부 다 달라 그러면 통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3년 전 특별법안은 보니 '선 통합, 중앙 권한의 단계적 이양' 역시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한 사무를 단계적으로 넘겨야 한다며 규제 자유화 추진과 사무 이양 기준과 우선 이양대상사무 등이 명시돼 있습니다.
당시 행정통합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현재 홍 시장의 주장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겁니다.
당시 하혜수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하혜수 전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
"지금은 중앙에서 의지가 있고 내려줄 생각들이 있으니 질적으로 많이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질적 내용이 꽉 찬 통합으로 우리가 갈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신 것 같아요. 제가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렇습니다."
도(道)를 없애고 2단계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홍 시장의 주장대로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그렇게 되면 시군 단위는 자치가 아니라 행정단체가 되면서 지방자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그러니까 기초단체장은 선거가 아닌 시장이 임명하게 되니까 그렇다는 건데요.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2단계로 하자는 거는 시군을 없애는 거죠. 시군을 행정단체, 자치단체가 아니고, 이게 반분권적이고 반자치적인 발상입니다."
홍 시장은 도를 없애는 행정체계 개편과 질적 통합을 강조하며 강하게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보면 본인도 강하게 반대했던 과거 행정통합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