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6호 태풍 '카눈'이 경북을 지나 수도권으로 북상하면서 비바람은 거의 잦아들었습니다.
경북에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도로와 주택 침수, 낙석 등 400여 건의 크고 작은 소방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특히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던 청송과 문경, 영주에는 과수 낙과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시간당 40mm 가까운 물 폭탄이 쏟아진 청송에선 하천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도로로 나갈 수 있는 다리까지 잠겼습니다.
마을 주민이 하천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고립된 이웃에게 목청을 높입니다.
◀현장음▶
"형님요, 군수님하고 읍장님하고 전화 왔는데요. 그러니 꼼짝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래요."
하천변에 있던 사과밭도 침수 직전.
밭 주인은 하천 건너편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활 청송군 청송읍 거대리▶
"방법이 없지. 건너가지도 못하고. 지금 구경만 하고 있는 거지."
과수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청송군 한 밭에 서 있던 사과나무가 이렇게 강풍에 뿌리째 뽑혀 쓰러졌습니다."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미터 안팎의 거센 바람 속에 문경과 영주 사과 농가에선 대규모 낙과 피해가 계속 접수되고 있습니다.
지난봄, 극심한 냉해 피해를 간신히 수습하고 추석 전 수확을 앞뒀던 농민들은 허탈한 심정입니다.
◀양재훈 문경시 산북면 호암리▶
"기존에 달려있던 착과량에서 한 80%에서 많게는 90%까지 낙과가 생겼고요. 주변에 다른 과수원들도 보면 그와 준하게 60에서 70% 정도의··· 그러니까 농민 입장에서는 시름이 크죠."
7월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컸던 터라, 경북 대부분 시·군이 사전대피 명령을 발령하면서, 경북에서만 7천 4백여 명이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하기도 했습니다.
◀권봉순 예천군 감천면 수한리▶
"비 많이 오던 날 밤 지나서, 그 뒷날 도청 가서 3일 밤을 자는데 눈에 (산사태가) 어른거려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태풍 올 때마다 이렇게 피신을 어떻게 다녀요. 아이고 참 기막혀라"
경북소방본부는 8월 10일 오후 4시까지 439건의 태풍 피해 신고를 접수했고, 도민 21명을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10일 오전 11시 20분쯤, 의성군 안계면에서는 강풍에 날아온 다른 건물의 지붕이 한 주택을 덮치면서 집안에 고립된 30대 엄마와 1살, 7살 아이 2명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안동에서는 길안천과 광산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습니다.
오후 5시까지 경북 북부지역 누적 강수량은 청송 주왕산 211.5mm, 영양 수비 206mm, 상주 168.1mm, 예천 165.5mm 등입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박재완, 영상편집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