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NEWSDESK대구MBC NEWSDESK, TODAY 리포트 안동‧포항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대구MBC 뉴스데스크 사회대구MBC 뉴스투데이 사회

거리에 개성 입히고 철학 담는다···진화하는 간판 정비

◀앵커▶
도시 경관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여러 도시는 지난 10년간 많은 예산을 투입해 경쟁적으로 간판 정비사업을 벌였는데요.

최근에는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도 단순히 지저분한 간판을 정비한다는 개념을 넘어 거리에 개성을 입히고 철학까지 담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규설 기잡니다.

◀기자▶
예전에는 잘 보여야 좋은 간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크고 화려한 간판을 선호했습니다.

건물 사이로 간판이 보이는 게 아니라 간판 사이로 건물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간판 정비사업 초기에는 너무 크고 툭 튀어나온 간판을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곳이 바로 10년 전 간판 정리 사업을 추진한 포항 송라면 보경사 상가입니다.

똑같은 배경에 똑같은 글자체.

통일감은 있지만 눈길이 가지는 않습니다.

◀신헌길 이장 포항시 송라면 중산3리▶
"간판 정리하고 깨끗하게 돼서 좋긴 좋아요. 좋은데, 너무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식당을 찾지를 못해요. 간판이 적고 관리하기도 힘들고"

이후 진행된 간판 정비사업은 거리의 특성에 맞게, 가게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철학이 반영된 곳이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인데요, 양철로 만든 기존 간판 옆에 비슷한 느낌의 돌출간판을 설치하거나, 기존 간판의 느낌은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을 반영하는 쪽으로 간판을 개선했습니다.

◀김수민·김화영 '일본인 가옥 거리' 방문객▶
"막상 와보니까 먹거리도 많고 구경할 것도 많고 진짜 좋은 것 같습니다."

"간판도 너무 예쁘고 한 번 더 오고 싶어요. 추천해 드려요."

가장 최근에 간판 정비사업을 실시한 포항 해도동의 경우 간판에 기능을 더했습니다.

중년층이 주요 고객인 점을 감안해 시인성을 높이고, 간판 아래쪽에 조명을 넣어 거리를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용구 포항 해도동 상인▶
"우리 거리가 일괄적으로 좀 더 깨끗한 거리가 되었고 또 하나는 세팅된(지정해 놓은) 시간에 간판이 자동 온 되고"

화려하지도 않고 거대하지도 않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있습니다.

오래된 골목길과 잘 어우러진 옛날 간판들은 그 자체로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포항 동빈항에서 만난 40년 넘은 간판.

고풍스러운 건물과 잘 어울리는 이런 간판은 개선하기보다 잘 보전하는 게 맞습니다.

◀이재선 한동대 컨텐츠융합다지인학부 교수▶
"정부나 시가 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충분히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고 도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나타낼 수 있는 그런 개성의 어떤 특색이 있는 간판 디자인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공서가 간판 디자인을 주도하고 똑같은 배경에다 가게 이름만 바꿔 간판을 달아주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간판은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개성을 더 중시하면서 민간이 주도하고 관공서는 거들 뿐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규설입니다. (영상취재 양재혁)

이규설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