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돈 선거'로 얼룩진 곳이 있습니다.
대구의 한 지역 농협 이사 선거 얘기인데요,
후보자와 투표자 간에 현금이 오고 간 사실을 경찰이 적발했습니다.
후보자와 투표자는 물론 자체 선거관리위원, 감사까지 '돈 선거'에 연루된 사람만 60명이 넘습니다.
양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자산 규모 1조 원이 넘는 대구 달서구의 한 지역 농협에서 지난 1월 말, 비상임이사를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비상임이사는 조합장, 상임이사와 함께 이사회에 참석해 사업을 계획하고 법정 적립금 사용 등을 논의하는데 당시 8명이 선출됐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로 부정선거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후보자와 투표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서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폭로였습니다.
수사 결과 모두 사실임이 확인됐습니다.
무려 후보자 15명 가운데 13명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현금을 뿌렸습니다.
대의원들이 받은 돈은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480만 원에 이릅니다.
농협 대의원은 55명이었는데 3명을 뺀 52명이나 돈을 받았습니다.
한 후보자는 여러 대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1,390만 원이나 썼습니다.
대의원 1명이 8표씩 행사하는 선거 구조에서 후보자들이 대의원 여럿을 매수하려다 보니 선거 기간 오고 간 현금만도 총 7,950만 원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자체 선거관리위원까지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돈을 줬고, 감사들은 브로커 역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사람들까지 돈거래에 개입했으니 부정선거, 돈 선거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겁니다.
◀해당 농협 관계자▶
(이사회에 들어가시기는 하는데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인가요?)
"그런데 그거는 사람마다 다 가치판단은 다를 수 있으니까. 연임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돈으로 얼룩진 선거를 폭로한 사람은 돈을 건네고도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였습니다.
경찰은 해당 선거를 앞두고 금품을 주고받은 협의로 당시 후보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6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해당 지역 농협은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선거를 다시 할지 정할 방침입니다.
MBC 뉴스 양관희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