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가계 빚은 늘어만 가는 와중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기업도 개인도 지갑을 꽉 닫은 연말입니다.
기부 역시 코로나 때보다 더 얼어붙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더 많은데요, 나눔의 온정이 절실합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한해 끝 '가장 낮은 곳에 빛을 밝혀달라'며 울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종종걸음을 멈추고 가지고 있던 현금을 꺼내 놓는 사람도 있지만.
◀장서안 경북 구미시▶
"용돈 잘게 잘게 써서 (성금 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대부분 잠깐 눈길을 주다가도 그냥 지나쳐 갑니다.
◀염은철 구세군 대구경북지방본영 사관▶
"2024년은 고액권보다는 소액권, 천 원짜리가 좀 더 많이 나오는… 아무래도 경제도 어렵고 정치적 상황도 많이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까 기부해도 액수가 줄어든 영향이‥"
대구 도심에 세워진 사랑의 온도탑은 50도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3년과 같은 106억 2천만 원을 목표로 이달부터 모금을 시작했는데 기부가 몰리는 성탄절이 지나도록 목표액의 절반 수준밖에 안 모였습니다.
그마저도 목표액 70%가 예산이 정해져 있는 기업이 냈습니다.
1억 원 넘게 고액을 기부하는 개인은 지난해보다 반으로 줄었습니다.
◀강주현 대구 사랑의열매 사무처장▶
"2024년도 사실은 경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기부나 나눔 활동이 많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보다 조금 더 어려우신 분들은 생각하고 실천하는 따뜻한 연말연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노숙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쓰입니다.
'작게나마 보탬이 돼달라'며 지역 상인들이 먹거리를 보내고. 어린이집마다 아이들이 장난감이며 입던 옷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하지만.
갈수록 깊어지는 불황에 탄핵 정국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겹치면서 나눔도 얼어붙고 있습니다.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향한 우리 모두의 따뜻한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