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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어렵게 중학교 졸업했는데···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어요"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대구 최초의 장애인 야학입니다. 2018년 전국에서 최초로 학령기 학교 교육에서 소외됐던 중증장애인을 위한 학력 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요, 2024년 8월이면 10명의 중증장애인 학습자가 중학 과정을 졸업하게 됩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4.4세인데요, 40여 년이 늦었지만 이제는 고등학교 진학을 꿈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이들이 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사실상' 없습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나이가 많아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니고, '평생교육법'에는 학력 인정 문해교육 고등학교 과정이 없다고 합니다. 대구에 '학력 인정 평생교육시설'이 한 곳 있기는 하지만 접근이 어렵습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과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5월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조민제 질라라비장애인야학 교장
저희가 학교가 만들어진 지가, 2천 년도에 만들 어졌으니까요. 이 자리에 오기까지 24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요즘에는 5년에 한 번씩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이제 10년에 한 번씩이 아니래요. 5년에 한 번씩 강산이 변하는데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는 길고 긴 시간 동안 성인 장애인이 당당하게 시민으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쟁취하고자 저희는 지역사회에서 야학을 통해서 힘차게 외쳐왔습니다.

100세 시대,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교육을 한다고 외치는 이 시대에 기본적인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누구일까요? 학생분들, 바로 우리가 못 받았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어릴 적 학교 문턱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우리 학생분들이 적게는 40대, 많게는 60대에 접어들어 성인 장애인 학력 인정 과정이 생긴 뒤 6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 100일이 지나면 중학 과정을 졸업할 예정입니다.

성인 장애인 학력 인정 과정은 교육부가 고민조차 안 하던 시기에 대구교육청의 결단과 질라라비장애인 야학의 노력으로 2018년 전국 최초로 초등 과정이 만들어졌고, 2021년 전국 최초로 중학 과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글자를 알게 되었고, 글자를 아니까 지하철도 탈 수 있게 되었고,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노력과 대구교육청이 함께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학교를 다니며 성인 장애인도 늦은 나이지만 다른 비장애인들처럼 고등학교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우리 학생분들 졸업식 때 다른 학생들처럼 남들처럼 웃고 환호하며 고등학교 진학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5년 동안 장애인 평생교육법을 만들고자 열심히 싸웠습니다. 교육청 부담 안 주려고 국회에서 법 한번 만들어보려고 농성도 하고 때가 되면 서울에 올라가서 열심히 싸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회에서 장애인 평생교육법은 끝내 좌절되었습니다. 2025년에 우리 학생분들이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빠르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고등학교 진학 방안을 빨리 만들자고 교육부에 여러 차례, 수차례 협의를 했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검토만 하고 있습니다. 너무 분노스럽고 절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교육청 앞에 섰습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를 해달라거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남들처럼 고등학교까지 특수교육이 의무교육이듯 우리도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소박한 요구를 이루고자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출발해 우리는 앞으로  긴 시간 거리에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유보되었고 방치되었던 우리의 교육권을 이제는 꼭 되찾아야겠습니다.

우리 학생분들 국회에 가보신 적 있으세요? 아직 안 가보셨습니까? 교육부에 가보신 적 있으세요? 교육부에 아직 못 가보셨습니까? 그러면 여기 저랑 같이 여기 박경석 대표님하고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서미화 의원님하고 함께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국회와 교육부를 찾아갑시다. 네, 가실 수 있죠? 함께 씩씩하게 찾아갑시다.

그리고 교육청도 저기 지금 앞쪽에 많이 서 계십니다. 교육청도 저희랑 함께 국회와 교육부에 찾아갑시다. 오늘 기자회견을 교육청의 수많은 분이 보고 계십니다. 저분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2025년도에 학생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청이 조속히 대안을 만들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질라라비 학생 여러분,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이제부터 해나갑시다. 힘차게 구호 한번 외치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도 공부하고 싶다. 고등학교에 보내 달라. 성인 장애인의 교육권을 즉각 보장하라. 네 감사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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