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남이 빈손 회동으로 끝났습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대외 활동 자제와 인적 쇄신 등 3대 요구를 이야기했으나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 대한 문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번 월간 정치에서는 윤-한 회동 결과와 깊어지는 당정 갈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월간 정치, 오늘도 늘 함께해 주시는 두 분 패널 소개하겠습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안녕하십니까.
[김상호 사회자]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녕하십니까.
[김상호 사회자]
예전에 집권당 대표와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렇게 뉴스가 된 적이 있나 싶을 만큼 독대냐, 아니면 면담이냐, 이 형식을 두고도 말이 많았고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정할 수가 있느냐, 그다음에 장소가 조금 이전 형식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논란이 많았는데 이 논란, 어떻게 보는지 이거는 김현권 전 의원께서 먼저 말씀을 주실까요?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럴까요? 사실상 지금 전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죠. 현재 정국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이 국민들 눈에도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 와중에 한동훈 대표가 국정 쇄신과 김건희 여사가 좀 자제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꺼내면서 회담했는데, 이 회담 자체가 굉장히 사실상 기이했어요. 왜냐하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수시로 만나야죠. 공개적으로도 만나고 비공개적으로도 만나고, 몰래도 만나고, 우연하게도 만나고, 그리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서 당·정·청이 하나로 가는 모습을 보이며 정국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이걸 만나느냐, 마느냐를 두고 한참 실랑이했고요.
그리고 또 당 대표가 사실 은밀하게 해야 할 얘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얘기를 사전에 흘리고, 언론에. 그래서 이 만남 전에도 굉장히 기이하게 느껴졌는데, 현장 사진은 더 기이했었죠. 무슨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났는데 테이블에 꽃 한 송이 없고 테이블보 하나 깔아놓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 보기에 굉장히 거북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장면 자체가 앞으로 정국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재일 실장님, 어떻게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맞는 말씀이고요. 그러니까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만나기 힘들다는 점, 이렇게 산통 끝에 만나야 하느냐는 문제 지적도 맞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또 독대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죠. 과거 임금과의 독대, 조선시대 임금과의 독대가 금지되어 있었듯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한 대표 입장에서는 독대라는 것을 왜 그렇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느냐는 측면에서 이해할 부분도 있습니다. 방금 김현권 의원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를 집약해서 들고 갔거든요. 이는 좀 긴밀하고 내밀한 얘기이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해야겠다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이 사안이 비공개적으로 지난 1년 이상 진행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 회담 이후로 많은 비난이 있었지만, 한 대표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 이슈가 성격상 약간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방금 말씀하신 대로 장소 문제나 대통령과의 자리 배치, 화면에 잡힌 여러 행동, 갑을 관계처럼 비치는 이런 부분들이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되는 거죠. 후유증으로는 여당 내 계파 분화가 시작된 점도 볼 수 있고요.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처음 등장했을 때 야당에서는 '윤석열의 아바타'라고 했고, 반대로 지금은 그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대통령실 인적 쇄신해라,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하게 해달라, 김 여사의 의혹 규명 절차에 협조해 달라는 한 대표의 3대 요구,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 대표의 3대 요구는 현시점에서 내용상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국정 지지도가 부정적인 평가 60%를 넘은 지 오래되었고, 일부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가 70%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을 바꿀 수 없기에, 대통령 주변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임기도 2년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인적 쇄신을 대폭으로 할 시기가 지났다는 겁니다.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웠던 이유는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한 대표와 협의해서 뭔가를 결정하려는 자리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 대표에게 '너의 위치는 여기가 아니고 저기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대표에게는 그 자리가 굉장히 모욕적이었을 수 있고,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반말했다는 것도 논란이 되었죠.
회담은 어느 정도 격식과 품위를 갖춰서 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 회담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한 대표만 모욕적이었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보는 국민도 대단히 모욕적이었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지금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러한 회담에서 세 가지 요구사항 외에도 국민이 바라보는 국정 현안이나 경제적인 문제를 함께 다뤘다면, 이번 회담이 이렇게 인화성이 강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한 대표 입장에서는 3대 사안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이를 집약해서 이야기해보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겹쳐 있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의 시각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이유죠.
또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심리적 관계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 한 대표는 검찰에서 대통령의 부하였고, 지금은 제1당의 대표가 되었지만, 여전히 심리적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죠. 이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