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밖에서 점심밥에 커피 한 잔 사먹으면 만 원이 훌쩍 넘는데요, 그래서 점심식사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고물가에도 뚝심으로 '착한' 가격을 유지해 주목받는 착한 가게들이 있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3분기에도 식용 곡물 수입 단가지수는 2분기보다 13% 정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봄철 가뭄과 잇따른 장마에, 밭 작물 가격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식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안동 신시장 손님▶
"아니, 그 전에는 천 원, 2천 원 하던 게(채소가) 3천 원, 4천 원 해요."
봄배추 한 포기 값은 평균 4천 원으로 지난해보다 천 원 가까이 올랐고, 한 망에 3천 원 하던 양파값도 5천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영주 안정면의 한 식당.
감자를 넣은 보리밥과 식당 주인이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열 가지 나물 반찬, 이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단돈 5천 원입니다.
식당이 문을 연 지 11년이 됐지만, 비빔밥 값은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오르는 점심값에, 영주 시내에서 차로 20분이나 걸리는 이곳까지 직접 찾아오는 손님도 있습니다.
◀방동근 영주 영주동▶
"요즘 세상에 5천 원짜리 식당이 어딨겠습니까. 가격도 착하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요. 일반 식당 가면 국수 먹어도 8천 원씩 하잖아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손님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식사를 대접하는 것, 이 식당 주인의 자부심입니다.
◀오은주(68) 영주 '착한가격업소'▶
"(물가가 올라서) 걱정될 때도 있지요. 그래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하면 해나갈 수 있어요. 오는 손님들도 만족하시고 오시는 분들도 좀 부담 덜 가게..싸게 받는 게 (저도) 굉장히 행복해요."
3년 전, 안동 용상동에 카페를 창업한 29살 강병성 씨.
요즘 커피 한 잔 값이 4, 5천 원을 훌쩍 넘지만, 강 씨 카페는 개업 때부터 한 잔 2천 원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착한 가격'에 단골 손님이 모이면서 요즘에는 하루 평균 2백 잔 이상 팔립니다.
◀강병성(29) 안동 '착한가격업소'▶
"(손님들이) 왜 안 올리냐고 많이 여쭤보시죠. 2천 원을 해도, 물론 조금 남지만, '많이 팔면 충분히 잘 벌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가격을 유지하니까 손님도 더 많이 와주시고"
행정안전부는 지역마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가격업소'로 지정해오고 있습니다.
경북의 '착한가격업소'는 421곳.
고물가 시대에도 손님과 더불어 사는 착한 가게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영상취재 원종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