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역사는 흔히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의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외에도 우리 지역에는 꽤 많은 고대 국가들이 존재해 있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전유물이라고 하지만, 경주를 제외하면 이런 고대 국가들의 흔적은 보존되기보다는 방치된 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영원한 스토리텔링의 원천이자 보고인 역사 문화 자산을 지속 가능하게 보존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북 영천시 완산동 산자락 넓은 평지에 작은 언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사를 하다만 흙무더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형 고분입니다.
밭으로 개간하려고 흙무더기를 절토하는 과정에 유물이 나오고 석실로 추정되는 구조가 발견된 겁니다.
고분이 발견된 시점은 2011년.
이듬해인 2012년, 당시 문화재청이 발굴 조사에 들어갔지만 조사는 얼마 되지 않아 중단됐습니다.
◀정인성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언젠가 발굴 예산이 (다시) 마련된다면 무덤방을 조사하겠다는 조건으로 발굴 조사를 그만둔 것이죠. 그런데 그 이후에 방치되면서 더 극심하게 훼손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입니다."
공사를 하다가 만 절개지에는 고분에 부장돼 있던 철편으로 보이는 조각과 토기 조각들이 널려 있습니다.
영천의 고대 국가 골벌국과 연관된 고분으로 추정되지만, 10년이 넘도록 방치되면서 추가 도굴과 훼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공개된 경산 압독국의 고분 발굴 조사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경주 이외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는 고분 형태라고 소개됐지만, 이곳 역시 예산 때문에 고분 조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신영애 경북문화재단 문화유산원 조사연구 1팀장(2024년 11월 7일)▶
"(임당동) 대형 봉토분 같은 경우에는 20~30%(발굴 조사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대형 봉토분 아래 그 이전의 유구들이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임당동) 전체를 보면 아주 미미할 것 같습니다, 조사된 것은."
경상북도에는 십여 개의 고대 국가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분과 유적 같은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대부분 예산 부족과 관심 소홀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정경민 경북도의원 지속가능한 역사문화자산 위원장▶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던 경상북도 내 역사 문화 자산을 찾아내서 필요하다면 개발도 하고 또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 국비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상북도는 도내 흩어진 역사 문화 자산을 파악해 가치가 있는 자산은 보존과 더불어 문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방치된 수천 년의 역사 문화 자산이 단순히 보존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로 형상화해 후손에게 알릴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NEWS 김철우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