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이 이대로 그냥 가다가는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경찰이 제4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어안이 벙벙해지는 말을 하며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실에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대신 행안부를 통해 경찰을 지휘·감독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민정수석실이 경찰을 직접 상대하면서 폐단이 있었다면, 그 기능을 행안부가 그대로 가져오는 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찰 장악’ 우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조작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을 분리했고, 이후 행안부는 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을 간접 통제해 왔던 역사와 그 이유를 돌아봐야 합니다.
검사들이 최고위 정무직에 전진 배치된 상황에서 수사와 정보를 다루는 경찰마저 새 정부가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이 팽배한 시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기자들과 만났을 때 법무부 장관을 우리 장관으로, 경찰 승진 안과 관련된 일을 두고는 공무원으로서 국기문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시이불견 청이불문(視而不見 聽而不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고전 <대학>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이 ‘우리 장관’ 그리고 국기문란을 말할 때 이미 그 마음은 정해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걱정하고 우려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나 봅니다.
* '위클리 키워드'는 대구문화방송의 시사 토론프로그램 <시사톡톡>의 한 꼭지로, 진행자인 경북대 김상호 교수가 한 주 간의 쟁점을 선정해 논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