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성된 대구시의회의 첫 임시회가 '청부입법' '거수기 논란' 속에 마무리됐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원하는 각종 조례를 의원들이 그대로 발의를 하고 의원들이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 주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그나마 수정된 조례들도 상위법인 '법률'을 어긴 부분들만 고쳐진 것이죠).
현재 대구시의원 32명 가운데 31명이 홍준표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소속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유일한 야당' 대구시의원이 제294회 임시회 마지막 날 5분 발언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존경하고 사랑하는 240만 대구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구시의원 육정미입니다.
제게 5분 발언의 기회를 허락해 주신 이만규 의장님과 동료·선배 의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대구시민의 의지가 모여 제9대 의회와 민선 8기 시정이 여러 가지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님의 의지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정부 구성에서 의회의 조직과 예산이 독립되지 않음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강 집행부 약 의회'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었지만 실제 지방의회 고유한 기능인 집행부를 견제·감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여야를 떠나 300여 명의 국회의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방의회의 독립은 지방정치의 독립을 의미하며 그것은 지방분권의 필수요소입니다.
그러나 지방정치의 독립은 국회의원들의 지방의원 관리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쉽게 이 구조를 바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게 우리 지방의회가 처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힘이 미치지 않는 정치·사회적 환경은 뒤로 하고 홍준표 시장님이 20일간 보여주신 모습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속 시원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한 당의 대권을 바라보는 큰 정치인이란 것을 생각해 볼 때 심히 위험천만하다 할 수 있습니다.
본청 조직 개편과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통폐합과 임기 관련 조례는 7, 8월의 논의 과정을 거쳐서 9, 10월에 하셔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고 절차입니다.
청부입법이 언론에 나올 때 그 부정적인 이미지에 발끈하시기도 하신 것 같은데 엄연히 다음 사전에 정부가 국회를 통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라고 설명이 나와 있으며 시장께서 하신 것은 청부 입법, 압박 입법 맞습니다.
민선 8기를 맞아 새로운 시작을 하는 시점에 추가 부의안건으로 의원 발의를 통해 무리하게 올리면서도 시장께서는 자신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조례를 발의해도, 조례를 불승인해도 그 화살은 의회에 간다는 것을 아셨을 테니까요.
어차피 두들겨 맞는 건 의회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조례의 제정을 의회가 막을 경우, 의회가 시정 개혁에 제동을 건다고 할 것이고 지금처럼 의회가 발의를 강행해도 역시나 ‘시장 거수기’라고 비난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전에 조례안의 동의를 강요하는 외부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조례안들은 조례입법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갖추었을 뿐, 실질적인 의회의 동의가 아닌 외부요인으로 동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정당한 의회 동의의 과정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시장님의 방식은 위험합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절차가 중요하다, 법치행정을 확립하자, 이런 하나 마나 한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정책을 펼치는 주체의 태도에 따라 완전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보아왔습니다.
논의와 토론이 필요함에도, 불과 심사 5일 전에 의회에 긴급안건으로 제출한 것은 건전한 토론과 의견수렴의 기회를 상실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권력은 항상 집중되려는 성격이 있다는 것을 보아왔고, 견제되지 않는 권력은 결국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를 두어 집행부를 견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논의를 거친 실질적 동의가 아닌, 외부적 과정을 통해 동의를 유도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존경하는 시장님.
시장님께서는 행정 권력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대구시의회가 시장의 거수기라는 비난은 오롯이 의회의 몫으로 지고 가고 있습니다.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겠다는 대의를 앞세워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시민 삶조차 훼손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와인을 막걸릿잔에 부어 마셨을 때 제맛을 상실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질적 법치의 이륙을 위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주십시요.
강둑의 한 작은 부분이 새기 시작할 때, 이를 방치하면 재난이 발생하는 것처럼, 절차적·내용적 타당성을 갖지 못한 제294회 임시회를 통한 조례 제정은 훗날, 우리가 애써 가꿔온 지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만 5분 자유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