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 감소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지역 대학들이 통폐합과 구조조정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가 '지역 대학 소멸'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대학 정책국'을, 경상북도는 '교육 정책국'을 각각 신설해 대학의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겁니다.
"위기의 지역 대학 살리는 것이 지역 살리는 길"···대구시 '대학정책국' 신설 추진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위기의 지역 대학을 살리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길로 이어진다'
갈수록 빨라지는 지역 대학의 소멸 위기에 지자체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대구시는 202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국 단위의 '대학정책국' 신설을 추진합니다.
정부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이 대학의 위기 해결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취지입니다.
대학의 위기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절실함이 묻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조직 구성과 역할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의 교육정책팀, 교육지원팀 등을 포함하는 1국 2과 체제로, 지역 대학 육성을 위한 소통과 지원 역할 등에 나설 것으로 일부 언론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 평생학습, 도서관 관련 부서도 포함될 전망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최근 두 달 사이 2차례 '대학정책국 신설' 강조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3년 11월 3일 열린 도심 캠퍼스 타운 조성 착수 선언 행사에서 대학정책국 신설을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시 홍 시장은 "대구의 대학, 경북의 대학과 협력을 해서 대구·경북의 모든 대학이 상생을 하고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며 행사에 참석한 지역 대학 총장들의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3년 말쯤 시청 산격 청사에서 열린 간부 회의에서도 청년 여성 교육국에 "지방대학교 소멸이 전국적으로 심각한 현상이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내년(2024년)부터 전국 최초로 별도 국 단위의 대학정책국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지방대 육성을 준비하라"고 강조했습니다.
평소 추진력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홍 시장이 최근 두 달 사이에 2차례나 대학정책국 신설을 강조했으니 대구시도 각별히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경상북도는 '교육정책국' 신설 검토···"흩어져 있던 교육 관련 부서 모아 시너지 극대화"
경상북도 역시 2024년 4월쯤 조직 개편을 통해 '교육정책국'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흩어져 있던 교육 관련 부서를 대학, 고등·중등 지원 등으로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대학과 관련된 지원과 각종 정책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고, 전반적인 경북 교육에 대한 지원을 체체화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 대학 살리기에 나선 이런 지자체의 행보에 엇갈린 반응이 나옵니다.
물론 지방대 부활의 새로운 신호탄이자 불씨가 될 거라는 긍정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인구감소, 청년 유출 등 지역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방대 위기와 분리해서는 결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지요.
대구경북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지자체와 대학이 같이 협업해서 나갈 수 있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자체의 지원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대구시 대학정책국? 선택과 집중 할 수 있을까?"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최근 경북대 홍원화 총장은 공개석상에서 지자체가 주도하는 대학 살리기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2023년 12월 28일 오전 아시아포럼이 주최한 초청 토론회에서 홍원화 총장은 "(지자체) 국장들이 총장들 불러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했을 때 고등교육의 현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 당장 대구에 대학정책국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제가 퀘스쳔마크(물음표)를··· 정책국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학 특성 사라질 수도···지자체장의 호불호에 따라 사업 선정"
대학마다의 독특한 특성과 다양성 등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구·경북 소재 대학 관계자는 취재진에 "대학마다 특성이 사라지는 그런 문제점이 있다. 대학마다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데, 그런 색깔대로 사업이 돼야 되는데 천편일률적인, 지자체장의 어떤 사업 호불호에 따라 사업을 선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자체가 대학의 소멸 위기에 공감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선 가운데 위기의 지방대 부활의 새로운 해법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벛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일상화될 만큼 대학의 존폐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는 '지자체의 대학 살리기'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또 추진 과정에서 어떤 문제와 잡음이 불거질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