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가운데 여야가 상대방을 겨냥해 "정쟁을 야기한다"며 맞서면서 국정조사 추진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하는 '10.29 참사' 국정조사는 "강제 수사권이 없어 신속한 수사에 오히려 방해되고 정쟁만 야기할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11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선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등 갈등과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유족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고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의식이 성숙한 만큼 지금껏 국회가 주도한 사고 수습,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에 무슨 허점이 있는지 돌아보고,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세월호의 경우 9차례 진상조사를 하면서 선체 인양에 1,400억 원, 위원회 운영에 800억 원 넘게 썼고, 사회적참사위도 3년 9개월 동안 55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썼다"며 "예산 낭비 사례도 수없이 보고됐지만, 이렇게 하고도 재발 방지 효과를 전혀 본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되풀이되는 진상조사위원회, 예산 낭비보다는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을 세우고 확실히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10.29 참사와 관련해 "국가적 참사를 방치해놓고 대통령실과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 정부를 국민은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국정조사에 조건 없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집권여당의 차기 당권 주자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서로 뒤질세라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죽음을 자기 출세의 기회로 악용하는 '참사의 정치화'"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한 대응이 부른 국가 대참사다. 집권여당의 전·현직 지도부들은 국민의 아픔을 보듬기는커녕, '추모가 아니라 추태'라거나 '비극은 산업, 촛불은 영업'이라는 등 옮기기에도 끔찍한 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려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한 "추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울분은 주권자로서 너무나 정당한 목소리다. 정부 실정마저 무조건 감싸는 데 급급한 윤핵관과 여권 인사들이야말로 정쟁을 일으키는 주동자이고 참사를 덮으려는 방조자"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참사의 실체적 진실과 정부의 책임이 두려우니,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어서 국정조사라는 국회의 책무를 저버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덮기 위해 진실마저 감추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며 "지위고하를 막론한 사법적 책임과 정치 도의적 책임을 명명백백히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진정으로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면, 격식을 갖춰 제대로 석고대죄 백배사죄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10.29 참사와 관련된 특검 도입 주장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29 참사에 대한 특검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국은 특검을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국정조사 역시 강제 조사의 권한이 없다.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 지나고, 책임의 시간이 돌아왔다. 애도와 추모도 계속되겠지만, 이제는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 주력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참사의 최종 책임자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지하고 엄숙하게, 국민 여러분과 희생자분들에게 진지하고 엄숙한 대국민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제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경찰 수사까지 다 마친 이후 그래도 미진하다면 얼마든지 특검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특검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특검 수사 논의가 초동수사 단계부터 올라가면 기존의 수사팀 입장에서는 수사를 계속 진전하는 게 아니라 탈 없이 특검으로 넘기는 쪽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정확한 진실규명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장관은 "그런 면에서 현 제도하에서는 제 생각에는 첫째, 경찰이 여론의 감시하에 신속한 수사를 하고, 송치가 되면 검찰이 정교하게 전부 다 다시 수사하는 것"이라며 "경찰도 지금 말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수사할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