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안동 한 중학교 영양교사가 행정실 직원을 성폭행해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판결 전까지 2년 동안 경북교육청은 해당 교사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징계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김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역 성폭력 상담시설과 인권 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경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경북교육청이 성 비위 교사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뤄,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겁니다.
◀경북 상담소·인권 단체▶
"빠른 징계 절차를 강화하라"
"강화하라, 강화하라, 강화하라"
3년 전 중학교 행정실 직원을 성폭행해, 재판에 넘겨진 안동 50대 영양교사 이 모 씨, 3월 대법원에서 강제추행과 유사 강간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 퇴직', 즉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됩니다.
문제는 재판과 별도로 이 씨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징계 조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파면, 해임 등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중징계 대상이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미룬 겁니다.
피해자의 고소 단계부터 대법원판결 전까지 2년 동안, 경북교육청은 여러 차례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선고 결과를 지켜보자거나, 방어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징계를 매번 보류했고, 그 사이 이 씨가 대법원 확정판결로 퇴직 처리돼 더 이상 징계를 줄 수 없게 됐습니다.
◀김혜경 경북여성장애인상담소 실장▶
"가해자 쪽에서는 피해자에게 2심 판결 전에도 문자를 해서 '자기는 죽겠다' 그런 협박 문자도 보내서… 교육청에서 빠른 징계가 이뤄졌다면 2차 가해를 막고 (피해자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겠지만"
정부 공무원 징계업무편람에는 "범죄 수사나 재판은 상당한 시일을 걸려, 공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형사재판과 관계없이 징계처분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인천지법은 교육청이 성범죄 교사에 대해 확정판결 전 내린 파면 처분이 적법하다고도 판결했습니다.
◀이상진 경북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사안이 너무 엄중해서 (징계위가) 섣불리 판단을 하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의 입장 이런 걸 좀 더 생각해서 징계가 즉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윤정숙 경북상담소·시설협의회장▶
"피해자에 대한 인식, 가해자를 더 옹호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경북교육청의 소극적인 성범죄 대응 관행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며, 교육청 조직 전반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